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28일 14시42분
[생의 한가운데]피히테의 ‘독일국민에게 고함’이 절절한 아침
우리 전북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모든 지표가 젼국 최하위로 전락했는데도 정치적 리더쉽부재로 도대체 앞이 보이질 않는다. 전북의 현안인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 신공항’, ‘농생명바이오 단지 지정’ 등은 앞이 보이질 않는다. 이 찜통더위를 식혀줄 한 방은 있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우리 전북의 한심한 처지를 보면서 19세기 초 나폴레옹에 짓밟린 독일 국민들에게 다시 일어나자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열변을 쏟아낸 독일의 사상가 피히테를 생각해본다.
우리 고향에도 피히테 같은 인물이 출현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강연록을 소개한다.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저서는 나폴레옹 점령 치하의 독일 베를린 한림원에서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당시 독일 국민들에게 자유와 독립 기운을 불러 일으킨 피히테의 14차례의 강연을 요약해 낸 책이다. 이 강연 이후 분열된 독일은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대동 단결해 프랑스의 나폴레옹군을 몰아내고 민족국가의 대업을 이뤄내 세계 일등 국가의 대열에 올라섰다.
피히테가 강연하던 시기는 프랑스군의 엄격한 점령하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목숨을 건 일이었고 출판업자인 파름은 피히테에게 공감하여 반불적(反佛的) 서적을 펴냈다는 이유로 총살을 당하였다. 밖에서는 프랑스군의 군가와 말발굽소리가 들리고, 강당에는 감시병의 눈초리가 싸늘한 가운데에서도 피히테는 굽히지 않고, 독일 국민의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강연을 강행했는데, 그의 주제는 주로 교육중흥(敎育中興)을 통한 민족해방이었다.이 책은 국권의 회복과 영광을 위하여 유일한 올바른 길에 관한 실천적 견해들로 가득 차 있다.
이 강연의 요점은 독일 국민을 패망에 이르게 한 근본적 원인을 이기심에서 찾고 이 이기심을 새로운 국민 교육에 의해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국민 교육은 주체적인 정신 활동을 중요시하는 페스탈로치의 교육 사상과 결합되며, 이러한 교육에 의해 독일에 참된 민족적 의식이 각성될 때, 독일 국민은 잃어버린 독립을 되찾고 세계사적인 민족으로서의 참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히테가 생각하는 새로운 교육은 국민 교육으로서,학생의 정신적 자주 활동을 자극하는 교육이다. 피히테는 페스탈로치의 종교론에 절대적으로 찬성하고 페스탈로치를 종교 개혁의 완성자인 루터와 비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페스탈로치의 교육론에도 약점이 있다고 비판한다. 요컨데 피히테가 생각하는 국민 교육은 일반적인 인간 교육으로서, 주입되는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고 이를 따라 자신의 정신을 개발해 나가도록 하는 교육을 말하기 위한 전제이다. 피히테의 관심은 독일 국민을 태만의 상태에서 절망에 빠지지 않고 분발시키는 교육의 길은 무엇인가 하는 데 있다.
피히테에 의하면 인간의 이성은 언어를 매개로 전개되므로 독일어가 독일인에 의해 형성되기 보다는 오히려 독일인이 독일어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언어는 그 민족의 특성을 형성하는 결정적 요건이란 것이다. 그러므로 독일인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독일어의 사용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필자는 여기서 전북의 존재감이 오그라들면서 전북의 사투리와 억양 등 전북인 고유의 언어 생활이 훼손돼가는 안타가운 현실이 ‘전북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요인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우리 이웃인 전남이나 영남인들은 아직도 어투가 강한 그들만의 사투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과 비견되기 때문이다.
2024년, 우리 전북 또한 230년 전 독일이 처한 암울한 현실과 다를 바 없다. 피히테 같은 인물이 출현해 전북인의 패배주의와 이기주의를 깨부수고 부흥의 정신적 토대를 만드는 그 날을 그려 본다./장기철(재경전북자치도민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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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2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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