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28일 14시07분
[사설] 청탁금지법, 현실 반영해야
김영란법' 식사비 한도, 5만 원기대와 함께 우려 교차되고 있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상 허용되는 음식물(식사비) 가액 한도가 27일부터 5만 원으로 올랐다. 기존 3만 원이던 식사비를 5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공포·시행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시행령은 청탁금지법이 적용되는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에게 사교·의례 등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음식물 가액을 3만 원 이하로 제한했다. 그러나 20여 년 전인 2003년 공무원 행동 강령 제정 당시 가액 기준인 3만 원이 현재까지 유지되는 만큼 그간의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음식물 가액 한도를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리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고, 27일 관보 게재를 통해 시행에 들어갔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의 식사비 한도가 오는 27일부터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되는 가운데, 전북 지역 외식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장기화된 고물가로 식당을 찾는 발길이 줄어든 가운데, 상향된 식비 한도가 매출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이라는 기대와 함께 식사비 한도 상향이 물가를 자극해 자칫 외식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교차되고 있는 것 .
식사 접대비 한도가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되는 것은 2016년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8년 만이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에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의 가액 한도는 평시 15만원, 추석·설날 명절 30만원으로 기존과 같이 유지된다. 청탁금지법상 설날·추석 선물 기간은 명절 당일 전 24일부터 당일 후 5일까지다. 3만원이었던 식사비가 5만원까지 인상하자 지역 외식업계는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주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유모씨는 “식사비 한도가 상향되는 시점부터 점심 특선 코스를 4만원, 5만원까지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어려운 시기에 다양해진 코스로 매출이 오르면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관공서 일대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원재료 값이 많이 올라 3만원 이하로 점심 세트 상을 차리면 반찬 몇 가지 올라가는 게 전부다. 이제야 식재료 등 물가 인상분이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지역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이다. 직장인 오모씨는 “무섭게 오르는 외식물가에 조금이라도 절약하려고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판국에 식사비를 5만원으로 인상하면, 전체적인 외식 물가가 더 오를까 걱정된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씨는 식사비를 무조건 더 쓰라고 기준만 5만원으로 올린 게 소비 진작에 과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번 식비 상향 조정이 자칫 전반적인 외식물가 상승의 도화선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식재료비는 물론 인건비·임차료 등 매출원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는데, 식비 한도를 높이지 않으면 저가 수입 식자재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그동안 농축산물 선물가액을 상향한 후 지역경제 활성화, 농축산물 소비 촉진 등 긍정적인 영향이 많았다. 식사비 한도를 5만원이 아니라 10만원까지 크게 올려 외식업계의 국산 식자재 사용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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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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