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26일 16시10분
[아침발걸음]익산 고도리 석상과 왕릉원에 나타난 천문지리 특성
익산 고도리 석상의 문화재명은 석조여래입상이다. 석조는 돌로 만들었다는 의미며, 여래는 ‘여실히 오는 자’, ‘진여(眞如)에서 오는 자’로 부처를 말하고, 입상은 서 있는 형상이다. 이 석상은 명확하게 남녀로 구별된다. 서쪽 석상의 입 주위로 수염이 새겨 있고, 입이 두툼하며 코가 넓다. 그러나 동쪽 석상은 수염이 없고 입이 살포시 모아 있다. 남녀로 구분한 것이 명확하다. 부처는 남성만 있고 여성은 없다. 그러니 부처상이 맞지 않는다.
이 석상에 “음력 12월 해일 자시에 두 석상이 만나 일년 동안의 회포를 풀고 새벽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설화가 있다. 칠월칠석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시기만 다를뿐 이야기 전개과정이 비슷하다. 한국 고대 신화는 천신인 남신과 지모신인 여신이 중요했다. 그러나 불교가 유입되면서 이러한 체계는 허물어졌고 변형되었다. 이 석상을 견우와 직녀로 해석한 장무기 선생의 견해는 타당하다. 두 입석은 은하수인 옥룡천을 두고 견우와 직녀가 애타게 만날 날만 기다리는 장면이다. 밤하늘의 서쪽 견우성과 동쪽 직녀성은 여름철 은하수 부근에서 가장 밝게 빛난다. 이날 수명의 신인 북두칠성에게 장수를 기원했고, 남쪽 밤하늘의 남두육성에 풍년과 장수를 염원했다.
이제 고도리의 석상을 중심으로 고인돌의 천문지리 배치 원리로 해석해보자. 두 석상의 방위각은 동서축이고, 정동과 정서에서 약 5~8° 벗어났다. 이 방위각의 특징은 춘분과 추분의 일출 일몰 방향이다. 이곳에서 완전한 지평선을 볼 수 없으니 춘분과 추분에 태양이 뜨는 방향은 정동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다. 보통 고인돌에서는 95~100° 방향에서 일출한다. 두 석상이 정동과 정서의 축에서 약 5~8° 벗어난 것은 동쪽이 높은 한반도 지형 때문이다. 춘분과 추분 2~3일 전후로 두 석상의 모리 위로 일출과 일몰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일출 전에 서고도리 입석으로 이동해 동쪽을 바로본다. 그러면 서서히 태양이 떠오르면서 동고도리 사각 모자 위로 올라간다. 일몰은 해가 지기 전 동고리 입석으로 이동한다. 동고도리 입석에서 정면의 서고도리 입석을 바라본다. 태양은 서서히 지면서 서고도리 입석의 사각모자 위에 올려 있을 것이고, 얼마 후 그 아래로 사라진다.
두 석상과 서쪽의 익산 왕릉원과 연결해도 동일한 방향성을 띤다. 세 지점이 일직선으로 일치한다.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왕릉원과 동쪽의 도리산을 연결해도 거의 춘분과 추분의 일출 일몰 방향이다. 이 라인의 춘분과 추분의 일출은 도리산의 정상이고, 일몰은 왕릉원이다. 도리산은 익산시 왕궁면 광암리에 있고, 중생대 쥐라기 때 형성된 대보화강암의 풍화로 이루어진 구릉지와 충적지가 주변으로 넓게 분포한다. 비록 도리산이 약 65m의 낮은 구릉이지만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사방을 조망한다는 것은 위치 기점으로서 의미가 있다. 이는 고인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가장 일반적인 천문지리 원리였다. 춘분과 추분의 일출 일몰 선은 도리산에서 고도리 석상을 지나 익산 왕릉원까지이다. 이러한 배치는 우연이 아닌 고대 익산인의 의도다. 춘분과 추분은 농경의 시작과 끝이고, 견우성과 직녀성은 하지 후에 떠오르는 여름철의 대표적인 별자리이다. 이는 천문지리를 바탕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문화의 소산물이었던 것이다.
/이병렬(이학박사·고창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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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2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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