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8월 22일 13시44분
[사설] 중대재해처벌법, 전북에서 엄격히 적용해야
사법부, 법취지 퇴색시킨다는 비판건설 현장에서의 중대 재해 추방해야
전북에서 처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이 나왔다. 사법부는 경영자의 안전 책임 부족은 유죄로 봤지만, 형 집행은 유예됐다. 솜방망이 처벌로 사법부가 법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주에서 발생한 노동자 추락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건 발생 1년 5개월여만에 법원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전북에서의 첫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이자 첫 유죄판결 사례다. 향후 있을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판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저촉되는 사업장내 책임자는 별도의 안전 확보 의무를 져버린 채 노동자를 사망하게 한 경우,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전주 한 기업 신사옥 공사 현장에서 지난해 3월, 70대 노동자가 16미터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당시 안전 통로와 추락 방호망 등 필수 장치가 없었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적용해 기소했고, 재판 시작 넉 달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건설사 대표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법인엔 벌금 8,000만 원을 선고했다. 현장소장과 안전 관리자에겐 각각 징역 10월과 금고 4월의 형 집행을 유예했다.
재판부는 법이 정한 안전 의무 위반으로 피해자 사망이란 결과가 발생했다며, 안전관리 시스템 부족으로 반복되는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선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는 판결을 수용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마쳤다면서도 현실적인 한계와 법적 실효성을 언급했다. 중처법 1심 선고 19건 가운데, 실형은 2건에 불과한 가운데, 노동계는 사법부가 노동 안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발생한 전북지역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총 75명으로 매년 평균 25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아직 올해가 100여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산업재해는 평년의 44% 수준으로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북특별자치도 내 중대재해처벌법 저촉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2명으로 집계되는 등 사망자가 꾸준하게 발생되고 있다.
문제는 올해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을 확대시키면서 사망자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세한 사업장들의 각종 안전시설 부재와 함께 노동자들의 안전의식도 떨어지면서 안전사고 발생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등은 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더라도, 사업주 등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이른바 보여주기식으로 나마 실시했다면 처벌을 피해갈 수 있다고 비판한다. 사업장 내 노동자의 안전 관련 의견 청취를 통해 개선방안을 점검했거나,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조치 매뉴얼을 마련하는 방식을 적용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갈 수 있다면서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다.
이제라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 재해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적정한 공사 기간을 보장해 무리한 작업을 막고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노동자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사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엄격히 적용해 건설 현장에서의 중대 재해를 추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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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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