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08월 20일 16시46분
"쌀값은 목숨값…농민 다 죽게 생겼다"
-뿔난 농민들 역대급 쌀값 폭락세에 연일 길거리로-논 갈아엎고 트랙터 행진시위 등 생존권 보장 촉구
/정성학 기자
“쌀값은 농민의 목숨값이다. 이대로는 다 죽는다. 쌀값 보장하라.”
수확기를 앞두고 역대급 쌀값 폭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이 또다시 눈물로 논벼를 갈아 엎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의장 황양택),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북연합(회장 송미옥), 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본부장 임만수) 등 농업단체 소속 농업인 450여 명은 20일 익산 춘포 들녘에서 쌀값 대폭락 규탄 대회를 갖고 현지 논벼를 갈아 엎었다.
아울러 트랙터와 트럭 200대 가량을 동원해 전주 효자동 전북자치도청까지 행진하며 농민 생존권 보장을 강력 촉구하는 길거리 시위도 벌였다.
문제의 쌀값은 지난해 가을 수확기(10~12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당시 가마당(80㎏ 정곡) 20만 원대였던 쌀값은 올들어 4월말 약 19만원, 5월말 18만원, 7월 말에는 17만 원대까지 뚝 떨어졌다.
최소 20만 원선 유지를 공언한 정부의 약속이 무색한 셈이다. 이 같은 폭락세는 무려 80만톤 이상 쌓인 묵은쌀, 40만 톤대에 달하는 밥쌀용 저율관세 유지의무 수입물량(TRQ) 등이 맞물려 빚어진 문제란 지적이 많다.
실제로 농협창고에 쌓인 재고량만도 지난 4월말 기준 전북지역 15만8,000톤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총 82만7,000톤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약 40%(23만5,000톤) 증가한 것이자, 평년과 비교해도 30%(18만9,000톤) 많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이중 5만 톤을 시장격리 하겠다고 긴급 발표했지만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대대적인 아침밥 먹기 캠페인도 펼치고 나섰지만 마찬가지다.
농업인들은 “정부는 묵은쌀을 좀 더 시장격리 조치하고 소비촉진운동을 벌이면 쌀값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후로도 쌀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는 정책이 잘못됐다는 반증”이라며 “현 상태라면 역대 최저가를 기록했던 2022년보다 더 떨어지게 생겼고 이는 농촌과 농업, 농민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농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개방농정, 수입 일변도 정책에 분노한다”며 “역대급 폭락 우려에도 계속 수수방관한다면 농민들은 투쟁으로 목숨값인 쌀값을 쟁취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국회 농해수위 윤준병(더불어민주당, 정읍·고창) 의원도 이날 긴급 입장문을 내고 “전날(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024년 공공비축 시행계획’상 2023년산 5만 톤과 2024년산 40만톤 등 모두 45만 톤을 매입하도록 짜여졌는데, 확인결과 이중 2023년산 5만 톤은 지난 6월 발표한 쌀값 안정대책용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농민을 기망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하고 제대로 된 공공비축계획을 다시 수립해야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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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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