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현 뜨거운 신앙 고백
'너 어디 있느냐-사제 문규현 이야기(지은이 문상붕 , 이정관 , 장진규 , 형은수, 펴낸 곳 파자마출판사)'는 오늘의 고통을 은총으로 바꾸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실천으로 바꾸는 한 사제의 뜨거운 신앙고백이다.
1989년 8·15일 군사분계선을 앞에 두고 임수경과 울먹이며 통일의 기도를 드렸던 신부. 2009년 용산 참사 비극에 유족의 슬픔과 함께하려 단식하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신부. 2003년 부안에서 광화문까지 이름도 없는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해 65일간을 삼보일배로 기어서 갔던 신부. 지리산에서 임진각까지 인간의 탐욕에 대한 참회와 성찰을 요구하며 126일간 오체투지로 엎드려 기도했던 신부.
그는 항상 낮은 자리 소외된 자리에 함께 있었다. 언제나 그들과 함께하는 생명과 평화의 사제이기도 하지만 불의에는 깡패 신부이기도 했다.
자칭 ‘길바닥 신부’인 문규현 신부에 대해 객관적으로 담백하고 간결하게 쓰고자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마음과 영성에 끌려 들어갔다.
해방이자 분단이 시작된 1945년에 태어난 문신부는 평생 그 분단을 무너뜨리는 삶을 살고자 했다. 평양에서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고 임수경과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통과하기도 했다. 통일로 향하는 길이라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주어진다면 기꺼이 십자가 지는 것을 사제의 당연한 일로 여겼다. 그의 평생 화두는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어떻게 만드느냐였다. 때로는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자벌레와 갯지렁이, 도요새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은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생명과 평화를 파괴하는 일상을 당연시하게 한다.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는 남북한은 극한 대결의 장을 펼치고 있다. 거기다 사람이든 뭇 생명이든 공공연히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현장에는 그 배후에 돈이 있고 자본주의가 있다.
문규현 신부는 맘몬이 지배하는 세상과 무기 하나 없이 온몸으로 싸우면서 신음하는 자들과 함께한다. 이런 이유로 ‘빨갱이 신부’ 누명을 쓰기도 하지만 그는 예수님을 따르고 닮으려는 천생 신부다.
'사제 서품을 받은 다음 날, 규현은 구속된 문정현 신부의 면회를 간다. 그날 문정현 신부는 새로이 사제가 된 동생에게 첫 강복을 청하였다. 문정현 신부가 사제의 길은 이렇게 고난의 길인데 함께 하겠느냐고, 기쁨 반 염려 반으로 동생에게 물었다. 이에 문규현 신부는 “형님은 그렇게 외롭고 힘들어도 가야 할 길이니까 가는 거 아니에요? 나도 내 가야 할 길이라면 내가 잘 알아서 갈게요. 어렵고 힘든 길에 동반자 하나 생겼으니 우리 함께 갑시다.”라는 말로 사제로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다시 확인했다. (1장 '사제가 되기까지'중)
그는 이제 사목 현장을 떠났다. '비록 사목 현장은 떠났지만 문 신부는 자신이 만나는 새로운 현장에서 희망을 찾는다. 문 신부에게 희망은 함께하는 연대이고, 힘없는 이에 대한 연민이었다. 그리고 생명과 평화였다. 문 신부는 그를 원하는 곳이면 언제나 달려갔다. 달려가 힘을 보태기도 하고 그냥 곁을 지키기도 했다. 힘이 빠져 무엇을 어찌할 수 없게 되어도 그저 함께했다. 그런 곳곳이 그의 사목 현장이었다. “너 어디 있느냐?”는 하느님의 물음에 대한 그만의 응답이었다.(5장 '너 어디 있느냐')
이 책은 생명과 평화와 통일의 길을 온 힘을 다해 끊임없이 걸어가는 사람, 문규현 신부가 이루고자 하는 하느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인지를 이야기한다. 통일이 멀어지고, 생명이 죽어가는 시대에 통일과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 또한 느끼고 함께 하기 위한 책이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품위 있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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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2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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