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19일 15시45분
[인문학 속 클래식]........여행 속 클래식 vol.1 모차르트와 연주여행
“위대한 작곡가 모차르트의 작품 속에 흐르는 생생한 힘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괴테
클래식음악과 여행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니 ‘연주 여행’이란 테마가 떠오르며 많은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교통이 발달한 현대시대엔 유명 연주가들이 빠르게 대륙을 넘나들며 전세계의 청중을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자동차나 기차로도 힘든 먼 길을 오로지 마차나 도보에 의지해야 했던 바로크나 고전시대 음악가들의 연주여행은 어땠을까, 그들은 연주여행을 통해 누굴 만나고 어떤 일들을 겪었을까, 또 어떤 영감을 얻고 어느 곡들을 작곡했을까.
‘여행 속 클래식’을 통해 이런 궁금증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보자. 주제가 여행이라 그런지 벌써부터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가득하다.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음악가의 여행을 생각하니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W.A.Mozart)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마도 책이나 영화에서 어린 모차르트가 가족들과 함께 마차에 몸을 싣고 온 유럽을 순회하며 연주했던 일화를 많이 접해서일까.
모차르트는 1756년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Salzburg)에서 태어난 고전파 시대의 대표적 작곡가이며 신동의 대명사와 같은 인물이다. 궁중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Leopold Mozart)는 하늘의 선물처럼 자신에게 맡겨진 아들의 명성과 출세를 위해 1762년 6살의 모차르트와 동생 못지 않은 천재성을 가지고 있던 누나 난넬(Nannerl)을 데리고 온 가족이 연주 여행길에 오르는 결단을 내리게 된다. 작은 시골도시 잘츠부르크를 떠나 연주여행 내내 뮌헨, 비엔나, 파리, 런던, 헤이그 등 온 유럽을 누비게 되는데 레오폴트는 이 여행을 통해 음악 신동 남매를 유럽각지에 소개하고 각지의 유명 음악가로부터 교육을 받고 좀 더 큰 무대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하려 했다. 모차르트 남매의 뛰어난 연주 실력은 유럽 왕가와 귀족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데 이는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1986)’에서 꼬마 모차르트가 눈을 가리고 쳄발로와 바이올린을 번갈아가며 연주하면 감상하던 귀족들이 경탄을 금치 못하던 장면으로 잘 묘사된다. 또한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쉔부른 궁정을 방문해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앞에서 신기에 가까운 연주를 한 후 그 곳에서 만난 여제의 딸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청혼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모차르트와 연주여행
10여년간 이루어진 몇 차례 장거리 연주여행에서 모차르트는 음악인생의 큰 자산을 얻게 된다. 그 중 가장 큰 성과는 당대의 훌륭한 작곡가들을 만나 본격적으로 작곡법을 배운 것인데 특히 런던에서 머물 당시에 ‘음악의 아버지’, 바흐(J.S.Bach)의 아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J.C.Bach)를 만나 받은 가르침은 모차르트의 첫 번째 교향곡 K.16 등 교향곡과 협주곡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한 연주 여행 중 대 문호 괴테(J.W.v.Goethe)를 만나기도 했는데 괴테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모차르트의 음악회에 참석했으며 당시 본 일곱 살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평생 추억하며 그의 음악을 애호했다고 한다.
10대에 들어선 모차르트는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1770년부터 약 3년간 연주여행을 한다. 모차르트는 이를 통해 작곡가로써의 본격적인 발돋음을 한다. 당대 유명 오페라 작곡가인 미츨리베체크, 마르티니 신부에게 오페라 작곡을 배우며 그의 천재성은 더욱 정교해지고 완숙해졌으며 이렇게 습득한 여러 음악적 지식과 경험 덕분에 그는 훗날 당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가 될 수 있었다.
이 당시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입증하는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바로 로마 시스티나(Sistine)성당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 성당은 위대한 화가이자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아담의 창조’로 유명한 천장화를 남긴 성당인데 모차르트는 이 곳에서 교황 그레고리오 알레그리(Gregorio Allegri)의 성가를 두 번 듣고 그대로 악보로 옮겨적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이 성가는 경건함과 거룩함으로 명성이 높았는데 이 당시 성가 악보의 외부유출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 만약 어길 경우 파문에 처할 정도였다. 하지만 9성부에 10분이 넘는 이 복잡한 곡을 금새 악보로 옮긴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높이 산 당시 교황 클레오스 14세는 오히려 그의 재능을 크게 치하하고 황금박차훈장을 수여했다.
아버지 레오폴트는 어느 덧 10대 후반에 접어든 아들에게서 ‘신동’의 이미지가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 큰 궁정이나 가문에 소속되어 직장을 얻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노력했고 이탈리아 밀라노 공국의 궁중음악가로 채용될 기회도 있었지만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강한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고향 잘츠부르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지만 당시 가장 발전되어 있던 이탈리아의 음악양식을 충분히 섭렵한 모차르트는 여러 의미있는 작품들을 남기며 연주여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모차르트는 어릴 적부터 힘든 연주여행을 하며 세계 각지를 누비고 명성을 떨쳤다. 어린 시절부터 세계 각지를 누빈 장기간의 여행은 어린 그의 발육과 건강에 큰 지장을 주었으며 다른 어린이들처럼 안정된 환경에서 일반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탓에 모차르트는 자라서도 세상물정에 어두웠고 생활면에서도 절제가 부족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이 연주여행을 통해 접한 유럽 각지의 다양한 음악과 문화를 자신의 천재적 음악성안에서 용해시킴으로써 마침내 인류의 역사에 남는 주옥같은 명곡들을 탄생 시킬 수 있었다.
우리가 오늘날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다사다난했던 그의 연주여행 덕분 아닐까. ‘언젠가 한 한달쯤 모차르트의 음악에 푹 빠져 모차르트의 발자취를 따라 온 유럽을 여행해본다면 얼마나 좋을까’...꼭 이루고픈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글 이주용(전주대학교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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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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