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양정선 - 2024년 08월 15일 17시15분
“수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일궈낸 땅…친일사관 용납 못 해”
[인터뷰] 이강안 광복회 전북특별자치도지부 지부장-정부 친일행보 사도광산으로 정점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미래 예고
광복 79주년을 앞두고 만난 이강안 광복회 전북특별자치도지부 지부장은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고, 정신을 훼손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것이 어떻게 이념논쟁이 되냐”는 말로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부터 이어진 법통에는 이념도 사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독립된 지위를 가진 국가에 사는 자주민으로서 자유와 평화, 인류평등에 기여하는 것이 전부다. 그 지점에서 이 지부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려 지킨 나라의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 지배의 정당성을 부여해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는 행태에 대한 저항”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지부장은 독립운동유공자의 후손이다. 1919년 3월23일 임실 오수리 장날을 이용해 독립만세운동을 주동한 이용의 선생이 그의 조부다. 독립운동가 후손의 역할에 대해 “역사를 바로잡고 과거의 잘잘못을 정리해 정확히 알리는 것”이라고 답한 그와 독립기념관장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문제의 답은 독립기념관법만 봐도 알 수 있다. 독립기념관은 독립운동과 관련된 역사자료를 수집·보존·전시·조사·연구해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라고 국민이 성금을 모아 지은 곳이다. 독립운동관련 경력이 없기 때문에 자격미달인 것도 모자라, 취임식 때는 독립운동가 연구가 아닌 ‘친일파 명예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설립 목적을 위반하고 독립정신을 훼손하는 사람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신임 관장 취임 후 매년 열리던 광복절 경축식도 취소됐습니다.
“독립기념관이 문을 연지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건 단순한 기념식이 아니다. 독립운동유공자를 기리고, 독립을 기억하고, 독립정신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알리고 기념하는 자리다. 독립기념관이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행사에 참석이 아닌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엄연한 직무 유기다. 신임 관장이 독립기념관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을 넘어 뒤집고 있다”
정부는 독립기념관장 사퇴 요구가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도전’이라는 입장입니다.
“신임 관장 스스로가 친일을 덮고 일본의 지배가 정당했다고 한다. 이는 취임 발언과 본인 과거 행보에 다 녹아있다. 기본적으로 자격이 없는 사람을 최종 인사권자가 부재한 상태에서 전자결제로 처리한 것부터가 잘못됐다. 이를 다 차처 하더라도 친일파 명예 회복을 외친 독립기념관장과 함께 간다는 것은 결국 정부의 방향도 이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단순히 인사를 잘했느냐, 못했느냐가 아니다. 그 누구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못했을 뿐 용산의 인사는 ‘일본을 찬양하겠다’는 친일행태다. 이는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협조한 것과 연관지어보면 더 극명하게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익에 반하는 반일감정 조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독립정신을 훼손하고 친일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게 왜 반일이냐. 우리 민족의 정신을 훼손하지 말라는 정당한 요구일 뿐이다. 독립기념관은 본래 목적을 수행할 수 있게끔 운영하라는 것이고, 사도광산은 강제징용의 역사적 사실을 분명히 하라는 것인데 좌냐 우냐, 친일이냐 반일이냐를 따지는 현실이 답답하다. 친일파를 정당화하는 순간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한 이들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이 되고, 독립을 위해 피를 흘린 수많은 사람들은 국가에 반항한 테러리스트가 된다. 강제징용의 역사를 빼는 순간 일제강점기 일본의 모든 행동에는 정당성이 부여된다. 일본의 침략에 면죄부를 주고 얻는 국익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련의 사태들이 단편적으로 볼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 울릉도 분쟁지역 발언 등 윤 정권 들어 빚어진 모든 논란의 결과는 사도광산으로 나타났고, 앞으로 갈 길은 독립기념관장으로 제시했다. 이 모든 사태의 핵심은 결국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의 속국으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단편적인 예가 건국절이다. 1948년에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면 그 이전은 일본이 정당하게 차지해 합법적으로 통치한 나라 즉, 대한민국 영토가 일본 땅이라는 의미가 된다. ‘창씨개명 했으니 일본인 맞잖아’, ‘공장도 짓고 철도도 놔줬으니 산업화 맞잖아’라는 단편적인 말들로 국민을 현혹하면서 일련의 사태들로 일본의 모든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단순히 ‘에효’하고 넘어갈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정부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광복회 창설 이래 처음입니다.
“광복절 의미는 단순히 ‘독립된 나라’가 아니다. 1895년부터 1945년까지 수많은 분들이 피를 흘려 싸우고, 저항해 되찾은 나라다. 독립선언서에는 ‘후손이 민족 스스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누리게 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다. 그런 분들이 희생하고 싸워 일궈낸 땅을 친일사관을 앞세운 왜곡의 역사로 훼손하려는 이들과 광복의 의미를 되새길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참 안타깝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면서 역사관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모른척하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어떻게 나라가 세워졌고,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또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를.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존심을 가지고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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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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