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8월 15일 14시29분
4가지 주제로 바라본 오늘날 우리 민속의 모습
상주의 검은색 양복과 조문객에게 대접하는 육개장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죽음은 인간이 맞이하는 변하지 않는 이치이지만 이를 대하는 의례인 상장례는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다. 따라서 상장례를 통해서 그 당시 죽음을 맞는 의식과 태도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무엇보다도 물질민속문화로서 상장례의 복식과 음식에 초점을 맞췄다. 복식이나 음식은 시대와 풍속에 따라 변화하기에 이를 현재의 관점에서 기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는 먼저 시대별 법령과 예서를 분석하여 옛 상장례 절차와 간소화된 현대의 상장례 절차를 비교했다. 또 가정의례준칙과 장례식장, 상조회사의 등장 이후 급격히 변화된 상장례 복식과 음식을 변화의 양상이 크게 드러난 수도권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1960년대 이후 시대별 상장례 복식과 음식의 변화 과정을 조사하여 오늘날 표준화된 상장례 의복과 음식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빈티지(Vintage)와 레트로(Retro)의 시대에 읽는 수리와 복원 기술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사람이 다치거나 아프면 약을 먹고 병원에 가는 것처럼 사람이 만들어낸 다양한 사물들도 고장이 나면 수리가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는 이러한 사물을 고치는 일을 생업으로 삼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다. 이 보고서는 오래 쓸 수 있지만 망가지기 쉬운 가구, 신발, 악기를 고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계나 라디오같이 기계, 전기․전자의 원리로 움직이는 사물이 고장 났을 때 이를 복원하는 사람들의 기술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고장의 원인을 파악하고 복원하는 기술의 반복적 활용으로 수리 지식과 기능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고치는 사람들이 모여 생겨났던 가구거리, 악기 상가와 구두 골목의 자취를 돌아보았다. 빈티지와 레트로의 시대, 이 보고서는 사물의 수리와 복원이 현대적 기술과 결합하여 하나의 문화가 되어 가고 있음을 조명한다.
차를 만드는 전통기술 ‘제다’와 백운옥판차에 담긴 차문화도 연구했다. 우리나라의 차문화는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삼국시대부터 1,300년여간 이어져 왔다. 오늘날 전승되는 차문화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차를 만드는 전통기술인 제다(製茶)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차문화는 문화사적 측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차 상표로 알려진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에 주목한다. 우리 차문화와 고유한 차 정신이 유린당할 위기에 놓였던 일제강점기에도 이한영(李漢永, 1868~1956)은 백운옥판차를 만들어 우리 차문화를 계승하고 차 재배와 제다법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를 밝히기 위해 차 재배로 널리 알려졌던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남마을 제다문화의 역사적 배경과 차 재배 자연 환경을 살펴보고 백운옥판차의 특징과 전승 과정을 분석했다. 또한 조선시대 차문화의 흐름과 강진으로 유배왔던 정약용과 교류했던 이한영 가(家)와 월남마을 차 재배를 바탕으로 차문화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함께 설명하고 있다.
기장 미역의 맛과 향만큼 흥미로운 미역마을 사람들의 삶과 어로문화도 연구의 대상이었다. 기장미역은 쫄깃한 맛과 특유의 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장미역을 채취하며 살아왔던 부산 기장군과 해운대구 미역마을 사람들의 어로문화와 삶의 모습은 미역마을 사람들의 일상과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이 보고서는 기장미역을 채취하고 만드는 사람들의 삶과 어로문화를 밝히고자 했다. 이를 위해 조사자는 미역마을 사람들과 매일매일을 같이하며 미역 채취 습속과 일상을 기록했으며, 이들의 일상을 바탕으로 어로문화의 변화, 전승 과정과 지역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또한 풍어제와 같은 의례와 미역채취와 관련된 속신, 미역채취 노동요 같은 구비문학은 물론 미역마을 사람들이 즐겨먹는 독특한 음식문화까지 다양한 민속문화를 함께 담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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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1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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