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13일 12시30분
[오늘과 내일]RE100과 CF100
이란 테헤란의 최고급 호텔에서도 아침에 정전이 수차례 일어나고, 쿠바 하바나의 시내 중심가 호텔에서도 정전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사실 필자의 경우에는 중학교 2학년 때 시골집에 전기가 생전 처음 들어왔다. 들어온 전기도 엄청 불안하여 정전과 전압 저하 등이 1990년대 초반까지 다반사로 일어났었다. 이러한 기억 하에서 유럽에서의 안식년 중에 일어나는 전기 문제를 접하며 우리나라의 전기의 질과 가격은 세계 제일인 것을 재확인하곤 한다.
전술한 유럽 일대의 대규모 전력의 문제점은 RE100의 영향이 크다. 대표적 국가가 독일이다. 발빠르게 풍력과 태양광의 재생 에너지로 갈아타는 중에 그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복병을 만나 러시아에서 수입해오는 천연가스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산업뿐만이 아니라 가정경제도 대타격을 받은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세계 에너지 파라다임이 RE100에서 CF100으로 변화되는 경향이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재생에너지100%로 모든 에너지 공급을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원으로만 한다는 뜻이다. 이에 반하여 CF100(Carbon Free 100%)은 무탄소100%로 청정에너지의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력, 수소, 탄소 포집된 화석에너지를 포함한다는 뜻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RE100수행이 최고로 앞서갔던 독일이 대 타격을 받음에 따라 유럽 지역의 에너지정책이 숨 가쁘게 바뀌고 있다. 이탈리아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국민투표를 거쳐 1990년 모든 원자로를 닫았다. 이탈리아의 전력생산의 48.4%는 천연가스에 의존하며 러시아와 알제리 등에서 90% 이상을 수입한다. 태양광은 9.8%에 그친다. 부족한 전기는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주로 수입을 하는데 2022년에 16조 원어치를 수입하였다. 결과로 가족용 전기는 kWh당 0.452달러이다. 우리나라(0.131달러)의 3.45배이다. 결국 견딜 수 없는 이탈리아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기에 이르러 원전을 다시 짓기로 하였다.
유사하게 영국을 비롯하여 스웨덴 등의 유럽 국가는 속속들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내놓고 있다. 폴란드는 2040년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73%로 확대할 계획이다. 루마니아도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2년 6기에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했는데 2050년까지 8개를 추가해 총 14기에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프랑스는 58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는 전기를 풍부하게 사용하여 수출도 많이 하는 것이다.
참고로 전 세계적으로 30개국에서 438기가 가동 중이다. 가까운 중국은 55기가 가동 중이며 21기가 건설 중이다. 작년 말에 4기에 신규 원전 건설이 승인되었다. 이렇게 되면 총 80기가 가동되는 셈이다. 거의가 다 우리나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중국 동부해안에 지었다.
미래의 먹거리 중에 제일 중요한 산업분야인 반도체, 전기차, AI 등이 전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앞선 주자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분야의 기초는 바로 전력이다.
공업은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경제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 20기 원전 이용률이 1% 증가할 경우 약 6백억 원의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전력을 LNG를 태워 생산하는 것에 비해 약 2천5백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셈이다.
물론 원전에 관련되는 산업 또한 미래 먹거리로서도 대단히 중요하다.
/강길선(교수,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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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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