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10일 14시31분

[월요아침]이제 우리역사에서 바이칼(Baikal)과 만주(滿洲)는 지워버리자

언제부터인지 바이칼은 한민족의 시원지가 되었고, 만주는 한민족의 땅이 되어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민족은 우랄알타이어족이 되어 있었고, 퉁구스족 계통의 예맥족이 되어 있었다. 우랄산맥은 카자흐스탄 북부에서 북극해까지 남북으로 걸쳐있는 산맥이며, 퉁구스족은 시베리아 예니세이 강변에 분포하는 에벤키족이다. 그러나 한민족이 우랄알타이어족이고 퉁구스 계통의 예맥족이라는 명확한 논리와 근거는 없다. 그럼 왜 한민족의 북방기원설이 태동한 것일까. 북방기원설은 근대역사학이 태동하는 일제강점기에 일인학자들이 만든 ‘허구의 덫’이었다. 일인학자들은 한민족과 일본민족은 동일한 북몽골 계통으로 시베리아에서 떠돌다 바이칼 부근에서 1만년전 남쪽으로 내려와 퉁구스계통 예맥족이 되었다는 설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학설은 식민사관의 근원인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과 일한동원론(日韓同源論), 즉 한국과 일본은 조상이 같고 한 뿌리라는 논리를 등장시켰다.

그 주인공은 백조고길(白鳥庫吉)과 손진태(孫晋泰)이다. 1910년경 백조고길은 입증되지 않은 우랄알타이어족설과 퉁구스어족설을 제기하였고, 1930년대에 손진태는 '한국민족사개론'에서 퉁구스족이 만주와 한반도의 동이족이라고 받았다. 우랄알타이어족설은 서양학자와 일본 백조고길이 만든 가설(假說)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한민족의 북방기원설은 과학적이지 못하고 카더라식의 억측이다. 우리들은 그동안 백조고길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한민족의 북방기원설을 맹신해왔다. 백조고길의 우랄알타이어족설은 민족주의자인 신채호, 최남선까지 현혹시켜 우리 민족의 중앙아시아 파미르고원 이동설이 태동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 한민족의 북방기원설에 국수주의(國粹主義)까지 더해지면서 고정관념으로 정착되었다. 한국인들 가운데 매년 한민족의 시원지라고 바이칼을 찾아가고, 만주를 우리의 영토라고 만주의 땅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민족의 북방기원설은 환빠(환단고기에 빠진 사람들)들에게 만선사관을 감염시켰고 그 중독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전라도천년사의 작난(作亂)은 만선사관의 중독 현상에서 비롯되었다. 마치 마약 중독 증상과 닮았다.

한민족의 북방기원설은 일제강점기 식민사관인 만선사관(滿鮮史觀)의 태동에 결정적이었다. 만주는 돌궐, 흉노, 말갈, 오환, 거란, 여진족들의 무대였고, 거란족의 요, 여진족의 금, 몽골족이 원을 세운 역사가 만주에 있었다. 그런데 우리들은 그 만주의 땅을 고조선, 부여, 고구려의 영토라고 외쳐왔다. 거란족과 여진족의 땅을 우리 민족의 영토라면 역(逆)동북공정이 아닌가. 만주 환상(幻想)을 버려야지 집착하면 만선사관의 포로가 된다. 고대국가 단계에서 만주라는 용어조차 없었다. 만주국은 1931년 일본이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만주의 땅에 세운 괴뢰국이다. 만주가 우리의 영토라면 일본의 만주국을 찬동하는 것이며, 만선사관의 덫에 걸려든다. 그런데도 사이비 고대사가들의 경거망동은 멈추지 않고 있다. 만주가 우리 영토라는 만주지도는 일본의 만주국(1932〜1945) 지도이지 부여, 고구려의 영토 표시가 아니다. 고조선과 부여, 고구려는 발해만 요하 유역과 압록강변에 위치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유물 유적이 입증하고 있다.

만주와 한반도는 지역적으로 이웃이지만 문화적 동질성은 전혀 다르다. 자연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몽골, 내몽고, 만주 사람들은 초원지대의 자연환경에서 가족 단위로 유목생활하면서 이동식 거주와 입식생활하는 종족이다. 유목민의 식량원은 밀가루와 양고기와 동물 유제품(乳製品)이 대부분이다. 몽골의 5대가축은 소, 말, 양, 낙타, 염소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산간과 평야지대의 자연환경에서 동성 각성받이가 공동체생활하면서 정착식 거주와 좌식생활을 해오고 있다. 한국인의 식량원은 채소, 쌀과 잡곡, 다양한 열매와 과일 등이며, 5대가축은 소, 돼지, 닭, 개, 오리이다. 의식주(衣食住)는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므로 하루 아침에 결코 바뀌지 않는다. 몽골만주와 한반도는 문화적 계통과 성향이 전혀 다른데도 만선사관으로 묶어서 동일체로 단정지어 왔다.

한국인의 생활양식에는 동남아시아 지역과 문화적 동질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2009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는 유전자 염색체 게놈(genome) 분석을 통하여 한민족의 이동경로를 밝혔는데, 한국인들은 기원전 1만년전 즈음 동남아시아에서 북쪽으로 이동한 남방계의 거대한 흐름속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유전자 염색체가 남방 계통으로 밝혀졌는데 이보다 어떻게 더 과학적일 수 있겠는가. 허무맹랑(虛無孟浪)한 한민족의 북방기원설은 일본인들이 만든 미신(迷信)이다. 그 미신을 맹신하면 민족정체성 혼란과 국론분열, 국력낭비만 가져올 뿐이다. 러시아 바이칼은 더 이상 한민족의 시원지일 수 없고, 중국 만주가 고대 한민족의 영토였던 적은 없었다. 이제 우리 역사에서 바이칼과 만주를 지워버리자.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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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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