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06일 14시48분
[온누리]사람이 뿌리
사람이 뿌리라는 말은 얼마 전 읽은 고흐에 관한 책에서 따온 말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고흐가 1888년 4월, 정신적 경제적 지주였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말이다. “요즘은 사람이야말로 모든 것의 뿌리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연구소에 있으면서 시민들을 만나 익산의 문화유산이 가지는 가치를 얘기할 기회가 많았다. 얘기를 하던 초기에는 미륵사지가, 왕궁리유적이 얼마나 가치있는 문화유산인지를 전하기에 바빴다. 연차가 쌓이고 만나는 시민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다. 만약 이 얘기를 들어주는 이 분들이 없다면 이 얘기가 무슨 소용일까. 나아가서는 옛 백제에, 옛 익산의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는 이 분들이 없었다면 아무리 백제문화가 가치 있다한들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익산백제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시는 시민들이 소중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 한걸음 나아가서 익산 백제를 봐도 그렇다. 백제 미륵사의 만듦새가, 백제 왕궁의 조영방식이 뛰어나서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세계유산까지 되었는데, 만약 이 사찰을, 이 궁궐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없었다면 오늘 우리는 신비한 미륵사지 탑과 은은하게 빛나는 금제사리호, 아름다운 옛 정원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유산을 만든 사람들은 또 어떤 사람들이었는지가 더 궁금해진다. 1400년 전의 익산을 있게 했던 사람들 중, 우리가 선명하게 알고 있는 단 한사람이 무왕이다. 그래서 이제는 미륵사지와 함께, 사리장엄과 함께 그것을 있게 했던 사람, 바로 그 무왕을 시민들이 더 많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이루어질 수 없고,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이야말로 모든 것의 뿌리라고 했던 고흐의 말이 내가 찾던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7월 21일, 아침이슬로 한 시절 우리를 하나로 묶었던 사람, 땅 위에는 조용필, 땅 밑에는 김민기라는 수식어가 있을 정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 바로 그 김민기 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 공연연출자, '고추장떡복이', '개똥이' 등 어린이극 연출자, 1994년 초연을 시작으로 4,000회 넘게 공연되었던 '지하철1호선' 뮤지컬 연출자로서, 그저 ‘뒷것’으로만 불리기를 원했던 김민기 선생이야말로 사람이 뿌리라는 명제에 가장 잘 어울렸던 뿌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사람이야말로 모든 것의 뿌리라는 사실을 몸소 실천한 익산 사람, 김민기 선생 추모공원 조성 소식이 들려 반가운 마음이 크다.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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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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