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06일 14시45분
[지역의 재발견]문화유산과 조류
우리의 문화유산은 대체로 도심지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조경이 함께하므로 건물 주변 또는 경내에 수목이 식재된 경우가 많다. 또한 목조건물의 지붕 하부는 외부로부터 방어역할도 해주니 새에게는 포근한 안식처로 인식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배설물이다. 관람환경 저해, 위생 문제 등도 있지만 배설물로 인한 문화유산 오염 및 변색 등 훼손을 야기하며, 군락지를 형성할 경우 배설물로 인해 심하게는 주변 생태계도 파괴된다. 배설물을 쓸고닦다 지쳐, 앉지 못하도록 가시도 놓고 조류가 싫어한다는 초음파도 틀어보고 별 수를 다 써보았다. 아.... 이 배설물과의 전쟁, 지긋지긋해. 그래서 일부 문화유산에는 조류 퇴치를 위한 설치물들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목재 위에 조류가 앉지 못하도록 가시를 설치하는 버드스파이크가 있다. 얇은 철심을 놓기도 하고, 자연목재와 조금 더 어울어지도록 탱자나무가시를 놓기도 한다. 아예 유입 자체를 차단하기 위해 처마 전체에 망을 설치하는 부시망도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경복궁을 가면 볼수 있으며 우리 지역에 위치한 전주 경기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새 떼가 있는 경우다. 순창군 구림리에 위치한 삼외당 이라는 바위 언덕 위에 위치한 정자가 있다. 삼외당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이 마을 충신 홍함(洪函)[1543~1593]이 젊었을 때 지었으며, 정자 이름은 바로 홍함의 호이다. 삼외당은 당대의 명현 절사들과 교류하면서 시문과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주위에는 오래된 느티나무와 상수리나무 등 노거수가 있고 건물 뒤편으로도 대나무수림이 있는데, 이곳에는 왜가리떼가 살았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했던가. 멀리서 바라본 노거수로 둘러싸인 언덕 위 아름다운 정자는 수많은 왜가리떼로 인해 지붕부터 주변 기단, 올라가는 계단까지 하얗게 하얗게 물들어 그야말로 흉물이 따로없었다. 머리 위 날아드는 새똥은 예삿일이니 그야말로 새똥과의 전쟁이었다. 아 새들아 부디 좀 떠나주면 안되겠냐며 애원하며 청소만 하던 어느날, 결국 처치곤란 배설물 문제와 소음 문제로 정자 위 새들이 머물렀던 나무가 일부 베어졌다. 주변이 횡해진 것이 조금 당황스럽지만, 없던 햇볕도 들고 깨끗해졌다고 마음을 다스려본다... 하지만 마음한켠에 이 오래된 나무는 무슨 잘못으로 베어졌을까, 이 많은 새들은 또 어디로 갔을까 걱정이었더랬다.
문화유산 관리를 하다보면 목조건물 처마 아래 조류 둥지가 많다. 혹여나 공격받을까 노려보는 어미새부터 막 낳은 알, 갓 부화한 새끼까지 처마아래 움튼 생명을 보고있노라면 한없이 신비롭다가도 배설물로 오염된 문화유산을 보고있자니 한숨이 난다. 그래도 막 낳은 알과 어린 새끼들이 있는 둥지를 제거하는건 인지상정이 아니니 조금만 클때까지 기다렸다가 제거하자고 마음먹는다. 동물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할 존재이니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한발 양보하고 같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글을 마친다.
한편,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의 복권기금과 전북특별자치도청의 지원을 받아 문화유산돌봄사업을 진행하며, 올해 도내 동부권역 8개지역의 382개소 국가유산을 관리한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국가 및 도지정문화유산, 비지정유산을 관리하며 목조, 석조, 근현대건축, 천연기념물 등 각 재질별 특성에 맞게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전문 모니터링을 진행하여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힘쓰고 있다. 또한 작은 훼손부의 경우 큰 범위로 확장되기 전 경미하게 수리하여 예방보존하고 있으며 국가유산 분야의 전공자와 국가유산수리기능자들을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진행함으로써 국가유산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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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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