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8월 01일 14시24분
[삶의 향기]논개(論介, ?~1593)는 기녀(妓女)가 아니었다
논개는 기녀가 아닌 의로운 순국녀(殉國女)였음을 직시하자.의기사(義妓舍)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음으로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
진주성이 왜적에게 짓밟힐 때 기녀로 가장해서 적장을 유인하여 남강(南江)에 빠져 산화한 사실은 많은 사람의 입을 통하여 널리 유포되었다. 구전되어오던 논개의 순국 사실이 문헌이나 금석문에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1620년경부터라고 추정된다. 사회의 멸시를 받던 기녀의 몸으로 나라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친 충성심에 감동한 유몽인(柳夢寅)이 『어우야담(於于野談)』에 채록하여 문자화된 것이었다. 한편 진주 사람들이 논개의 애국적 행위를 기리고 전하기 위하여, 순국한 바위에 의암‘(義巖)’이라는 글자를 새겨 넣은 것도 이 무렵이었다.
진주성이 왜적에게 짓밟힐 때 기녀로 가장해서 적장을 유인하여 남강(南江)에 빠져 산화한 사실은 많은 사람의 입을 통하여 널리 유포되었다. 구전되어오던 논개의 순국 사실이 문헌이나 금석문에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라고 추정된다.
장수군에 가면 논개 공원이 조성되어있다. 10여만 평의 야산과 부지에 조성된 논개 공원은 아직은 초라한 상태이다. 호수 위의 적절한 지형의 선택은 장수군의 의지가 돋보이나 여러 가지 조형물이나 논개의 활동 사항이 열거된 실적물들을 조성하고 있어 앞으로의 설계와 자료조사 등이 주목을 받게 된다.
분명한 것은 논개가 기생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많은 독자는 논개가 기생이었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다. 이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진주성민들은 절의(節義)를 위하여 자신의 몸을 바친 논개의 의로운 행위를 정부가 마땅히 표창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진주성민들의 요청을 받은 경상우병사 최진한(崔鎭漢)은 1721년(경종 1)에 기녀 신분으로 의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논개의 의열에 대한 국가의 포상을 비변사에 건의하였다. 이때 거론된 구체적인 포상 방법은 봉작(封爵)을 내려주고 사당(祠堂)을 건립해주는 것이었다. 최진한의 건의를 받은 비변사는 더욱 확실한 인증 자료를 요구하였다. 이에 최진한은 관민 합동으로 「의암사적비(義巖事蹟碑)」를 건립하고, 그 인본을 제출하여 자손의 급복(給復)에 대한 특전을 허락받기에 이르렀다.
진주 남강의 산 중턱 세워진 의기사(義妓舍)는 이때 세워진 것으로 의기사 건물 이름 자체가 잘 못 쓰인 것이다. 왜냐면 논개는 기녀가 아니었고 기녀로 가장하여 왜장을 껴안고 진주 남강에 함께 투신한 의녀(義女)이기 때문에 의로운 기생의 사당이라는 말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의기사로 표현되어 있어 이의 시정이 시급하다.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설립하여 자손만대 물려줄 공원은 그 사실을 기반으로 한 자료의 조형물이 풍부해야 하고, 쉽고 이해하기 좋게 그리고 보기 좋은 곳에 건립되어야 한다. 장수군의 논개 공원 건립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며 보다 치밀한 계획과 예산의 투자로 전라북도의 명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냥 스쳐 가는 곳이 아니라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곳으로의 건립이 마땅하다. 아직은 건립 중에 있어 그 귀추가 크게 주목된다. 민족시인 변영로의 논개 시를 첨가하며 이글을 끝낸다.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 조사위원)
논개(論介) 변영로(1898~1961, 서울)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情熱)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石榴)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 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江) 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영로 전작(全作) 시집 「차라리 달 없는 밤이 들면」(정음사, 1983년) 중에서
/최상섭(사)한국미래문화연구원 전 원장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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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0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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