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31일 14시43분
[문화로(文華路)이야기 꽃]책 읽는 세상 만들기
얼마 전 독서관련 시민강좌에 나가 강의를 했다. 참석한 동기가 궁금해서 몇 분께 물어 봤다. 어떤 분은 자녀에게 독서하는 모습을 보이며 교육하고 싶어서 참석했다고 한다. 이 정도에서도 감동을 느끼게 된다. 주로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는 분들이 참석했었다. 글 읽는 벗을 사귀고 함께 마음을 일궈가며 열매를 기약하는 이들이다.
증자가 말했다. “군자는 글로써 벗과 만나고(以文會友) 벗을 통해 인의 실천을 돕는다(以友輔仁)”(논어 안연 24). 이해관계로 사람을 만나기 보다는 학문을 하듯 순수하게 만난다. 그 만남을 이어가면서 서로 논의하며 덕을 실천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왜 모여서 함께 독서를 하는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 될 만한 이가 있으니(三人行 必有我師) 그들의 좋은 점을 택하여 따르고 좋지 않은 점은 스스로 고친다(擇善者 從 不善者 改)”(논어 술이 21). 더불어 집단지식을 만들어 가고, 남다른 생각을 듣고 자신을 바로잡고 바꿔간다. 세상에는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확연히 나눠지지는 않는다. 가르치면서 또는 배우면서 점차 사회인의 도리를 축적해 간다.
그래도 가르치는 이는 소명감을 가져야 한다. 천하의 대지식인 공자. 그는 자신이 지식인으로서 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 말했다. “묵묵히 기억하고(黙而識), 배우기를 실증내지 않으며(學而不壓), 다른 이 가르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誨人不倦), 이외에 나에게 무슨 일이 있겠는가”(논어 술이 2).
자장도 배우는 이의 자세에 대해 말했다. “덕을 지니고서 넓히지 못하고(執德不弘), 도를 믿으면서 돈독하게 실천하지 못하면(信道不篤), 어찌 덕이 있다 또는 없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논어 자장 2) .
지식과 덕을 구하는 이들은 독서를 하고 이로서 자신의 지평을 넓히고 콘텐츠를 확보한다. 그리고 이를 실생활에 실천함으로서 배우고 익힌 것을 사회에 확산시키고 적시에 활용한다. 실천하지 못한다면 덕이 있다고 또는 없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이 말의 울림이 참 깊고 심오하다.
무엇을 읽을까? 기막힌 처세술책을 기웃거리며 기회를 노리는 이들이 많다. 어림없다. 독서의 최고봉은 인문학이고, 지금은 인문학이 대세다.“시경 삼백여편의 시(詩三百)를 한마디로 말하면 마음에 간사함이 없다(思無邪)는 것이다”(논어 위정 2). 시경에 실린 305편의 시를 한마디로 정제해서 표현한다면 사악함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순수하여 잡됨이 없는 인간 본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시로 감흥을 일으키고(興於詩), 예로 제 자리에 서며(立於禮), 악으로 완성한다(成於樂)”(논어 태백 8). 독서나 학문하는 사람은 서서히 새 모습으로 형성되어 간다. 우선 시로서 인간본성을 파악한다. 그 뒤 계속정진하면서 감동, 공감, 배려의 마음을 갖는 예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마음을 평안히 하는 악으로 즐겁게 지낸다. 감흥을 일으키는 인문학, 제자리를 파악하고 제 자리에서 완성되는데 예학이 도움을 준다. 그리고 마음의 풍요를 주는 풍악으로 학문을 완성하고 인격을 갖춘다. 바로 인문학 독서의 이유, 인문학 확산의 효과, 거짓 없는 인본주의의 길을 잘 보여주는 말씀들이다.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人無遠慮) 반드시 가까운 데서 걱정이 생긴다( 必有近優)”(논어 위령공 11). 인문학 독서는 세상 보는 종합적인 눈을 키워준다.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된다.
세상은 지금 디지털기술, AI, 4차산업혁명기술, 챗GPT가 일어날 수 있는 세상 모든 일을 대신하고 있다. 그 기술이 세상을 휘몰이 장단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곳은 앞서간 이들의 인문콘텐츠다. 그러니 배우고 생각하며 가다듬어야 하지 않겠는가.
실천하려면 조그마한 ‘둠벙’이라도 만들어 사람들이 모여들게 해야 한다. 문화재단, 문화원, 심지어는 지자체에서까지 여기에 관심을 갖는 좋은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독서동아리를 통해서 남의 지식과 지혜를 함께 나눈다.
/이흥재(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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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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