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31일 14시41분
[오늘의 길목]절제의 미학
숨을 쉰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죽고 사는 것이 전적으로 ‘숨’하나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살기 위해 숨을 참아야 하는 절박한 사람들도 우리 주위에는 많이 있다. 바로 해녀이다. 해녀는 별다른 호흡 장비 없이 자맥질을 돕는 무거운 납덩이를 허리에 매고 테왁과 망사리만 짊어진 채 바다에 뛰어들게 된다. 잠수하는 내내 한 번의 숨으로만 견디어 내야 하기에 하루 수십 차례 입수를 반복하게 되는 힘든 과정을 통해 아름답고 위대한 해녀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아슬아슬한 생과 사의 갈림길을 마주하고 있는 해녀들 사이에서 중요한 가르침이 있다고 한다. “숨이 다되면 너의 것이 아니다. 눈을 감고 나오라”라는 명언이야말로 절제의 멋진 메시지다. 그 이름 모를 해녀 할머니는 힘주어 말씀하셨다. 위험천만한 바닷속에서 욕심을 부리다 목숨을 잃는 해녀 동료들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는 순간 성난 바다가 자신을 송두리째 집어삼킬 것을 아는 해녀들은 정확하게 자신의 숨만큼만 머물며 바다가 선물해 준 만큼만 가져온다고 한다. 슬기로운 그 할머니는 말했다. 어쩌면 해녀들이 물 밖으로 나와 숨을 쉬며 내는 호오이 호오이 숨비소리는 오늘도 ‘조금만 더’라는 극복하기 힘든 나의 욕심을 단호하게 떨쳐냈다는 안도의 한숨인 것 같기도 하다며 환하게 웃으셨다.
세상에는 “조금만 더”라는 욕심으로 인해 끝내 그 욕심이 자신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거나 예상치 못한 일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필자 역시 젊음을 담보로 피로가 누적되는 줄도 모르고 일에 매달려 병을 얻게 된 후 깨닫게 되었던 성찰과 절제의 시간을 요구받았던 순간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나 자신을 살리는 내 자신의 숨만큼만 머물다가 미련 없이 돌아서는 절제의 순간이 나 자신을 살리는 지혜로운 길임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바닷속에서 욕심을 부렸다가 그 숨을 내쉬지 못하고 삼키는 순간 그 물숨은 사람을 순식간에 죽음으로 몰아가고 만다. 욕망에 사로잡히는 순간 바다는 무덤이 되고, 욕망을 다스리면 바다는 넉넉한 어머니의 품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호오이 호오이’ 숨비소리는 들숨과 날숨,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내뱉는 영혼의 소리라고도 불리게 된 것 같다. 그러기에 해녀의 위대한 삶은 수십 년간 바닷속에서 실천해 온 진정한 “절제의 미학”이 깃들어 있는 우리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다고 감히 말할수 있다.
해녀가 바다에 들어가 숨을 멈춘 대가는 가족의 밥이 되고 남편의 약이 되었고 아이들의
공책과 연필이 되어 ‘호오이 호오이’ 연신 뿜어내는 경이로움과 함께 오늘도 희망속에서
절제의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안승현(지속가능발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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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8-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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