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우리 곁에 온 능행 스님
세상에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인간의 생애가 3개월이나 6개월이 남아있다고 하면 어떤 마음이 들까?
80이 넘으신 어머니를 가끔 뵐 때마다 “죽을 일이 걱정스럽다! 걱정스럽다!” 하신다.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며, 먹고 사느라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살다가 불현듯 찾아오는 그 시간마저도 걱정해야 하는 인간의 신세도 허망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우리 봄날에 다시 만나면’ 저자이신 불교계 최초 호스피스 완화 의료 전문기관 정토마을 자재 병원장 능행 스님의 초청 강연을 듣게 되었다. 강의를 듣고 책을 읽으며, 우리 곁에 이런 분이 계신다는 것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꼈다. 태어날 때는 혼자가 아닌 엄마라는 존재가 함께해 주었던 것처럼, 죽어갈 때 스님이 함께 손잡아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네주는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다운 동행이 아닐 수 없었다.
‘수명의 질과 범위는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영향을 미치고,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길이며, 잘 죽기 위하여 잘 살아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은 큰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사는 것도 힘이 드는데 죽는 것까지 걱정하며 살아갈 여유도 없이, 생(生)과 사(死)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망각하며 생(生)만 보고 열심히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
사람으로 태어나 나이 먹어가는 시간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며, 누구에게는 멀리 있고, 누구에게는 조금 가까워져 있을 뿐,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 속에서 나도 살고, 너도 살며, 우리가 살아간다. 그러다 때가 되어 나도 죽고, 너도 죽으며, 고로 모두 죽는다는 참 명제 앞에 스님은 수없이 많은 생사(生死)를 경험하며 “잘 살다 가라!”는 숙제를 던져주셨다.
잘 산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없음을 스님께서도 모르시지는 않겠지만, 죽어가는 모습이 천(千)명을 보아도 만(萬) 명을 보아도 제각각이며, 고통 또한 다 다르다고 하신 말씀에는 분명 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으리라.
잘 사는 길은 삶과 죽음을 하나로 인식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디를 향하여 갈지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서로 미워하고 다투며, 성내고 욕심부리며 살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아파하고 상처받으며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잘 죽는 길은 경청과 공감을 통해 소통하고, 말과 행동은 진심과 정성을 다하며, 사욕(私慾)이 아닌 공욕(公慾)을 위해 공동체를 이루어 살다가 고통 없이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하는 일이다.
이것이 말처럼 쉽지 않으니 우리 사는 오늘은 종교이며, 그 하루가 수행처요, 수행으로 여기고, 지금을 잘 살아가야 하겠다.
/고석헌(상상에너지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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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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