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7월 29일 13시59분
태국인들이 '고추장의 고을' 순창에 다녀가다
■'7일의 왕비, 단경왕후를 기리다'와 '설씨부인의 마음씨, 솜씨' 참여해보니
-순창고추장처럼 알싸한 전통체험
지난 주말 태국인 45명이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인 순창객사와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인 설씨부인·신경준유지와 문화유산자료인 순창향교에 다녀갔다. (재)국가유산아웃리치연구소가 진행하는 우리 고장 국가유산활용사업인 '7일의 왕비 단경왕후, 옥천지관에서 만나다' 프로그램의 '7일의 왕비, 단경왕후를 기리다'와 '설씨부인의 마음씨, 솜씨'에 참여하기 위해 왔다.
서울과 안산에서부터 오전 6시 30분에 출발 9시 30분경에 객사에 도착한 그들은 늦지 않기 위해 휴게소도 들리지 않고 왔다.
이들은 순창객사의 장대한 우리의 고건축물을 보고 모두 놀라며 탄성을 멈추지 않았다. 순창객사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기자의 호기심은 그들이 순창객사를 보고 감탄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이 프로그램의 내용이 어떻게 전달될 수 있을까? 였다. 일단은 프로그램에서의 신수근이라는 인물과 진성대군과 신수근의 딸, 그리고 순창군수 김정과 담양부사 박정, 무안현감 유옥이 상소를 올린 내용, 그리고 단경왕후와 설씨부인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전달될 것인지와 어떤 효과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수군수군 신수근이라는 연산군과 신수근, 중종과 신수근의 관계 등을 설명하는 전북대학교 박노석 교수는 조선시대의 그 즈음이 태국의 아유타야 시대와 비슷한 시기임을 설명하면서 참가자들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 나들이가 처음이라는 말에 이런 어려운 왕조의 상황은 간략하게 설명하고 강천산 강천사의 사계절의 사진과 채계산 출렁다리와 강천산 출렁다리의 사진을 보여주니 모두 감탄했다.
이어 '간택'과 '진성대군의 친영례'를 통해 왕실의 혼례 과정을 이해했다.
또 왕비가 된 여성도 왕비의 절을 옆에서 도와주는 수모 등 모두가 전통 한복을 입고 즐거워하며 인증사 진을 찍었다.
오후의 '설씨부인의 마음씨, 솜씨'는 예원예술대학교 전경미 교수가 ‘태국의 태국에 의한 태국을 위한’이라는 그들의 캠페인 사진을 보여주자 누가 부탁이라도 한 듯이 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전 교수는 태국이 불교국가로써 남성 중심의 사회로 알려져 있으나 ‘시집을 보내지 않고’, ‘장가 드는’ 문화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도 그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서 설씨부인의 고향이 순창이며 그의 남편 신말주라는 분이 당시 왕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처향에 내려와 살았다는 설명을 하니 문화의 동질성 같은 것을 느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낸 듯 했다. 오침안정법으로 된 전통 서책만들기를 하였는데 서책의 앞 제목에 모두 한글로 자기 이름을 적었다. 기자가 참가자 중에 글씨를 제일 잘 쓰고 한국말도 잘하는 싱그 루앙 위야다(Singruang Wiyada)씨에게 이 프로그램이 어떠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한국의 사극을 볼 때 혼례식이 나오면 이해를 못 했는데 오늘 알게 되었고, 전통한복에서 왕과 왕비가 착용한 모자, 그리고 혼례복의 이름 등을 알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이런 프로그램에 자주 참여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이해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또 오고 싶고 또 가을과 겨울에도 순창을 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순창 고추장도 사갈 예정입니다”고 즐거워하며 대답했다.
이들 가운데 순창이 좋다고 마음 놓고 일할 일자리가 있으면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싶다고 했다. 우리 고장 국가유산활용사업이 이처럼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바, 이 지역에 이주하려는 마음도 갖게 하는, 지역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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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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