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21일 14시40분
[온누리]김
김은 보라털과에 속하는 해조류이다. 한자로는 해의(海衣), 또는 자채(紫菜)라고 하는데 이보다 해태(海苔)로 널리 쓰인다. 바다의 이끼라는 의미의 일본식 표기이다. 김을 먹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중국 세 나라다. 일본은 김을 펴서 그 위에 밥을 얹고 마는 김말이(노리마끼)로, 중국은 두텁게 말려 국이나 탕으로 끓여 먹었다. 이에 반해 우리는 밥에 얹어 먹거나 부각을 만드는 등 다양하다.
제일 먼저 김을 먹은 나라는 우리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라 때부터 김을 먹었다고 한다. 특히 정월 대보름날 밥을 김에 싸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하는 속설이 있었다. 김 한 장에 달걀 2개와 맞먹는 비타민A가 함유돼 있으니 과학적으로도 타당한 이야기이다. 이외에 단백질도 풍부하다고 한다.
자연에서 채취하다가 양식으로 바뀌었다. 양식의 기원은 광양설과 완도설로 나뉜다. 광양설은 1713년 광양현감 허심(許鐔)이 쓴 비문에 근거한다. 비문에 의하면 김여익이라는 사람이 태안도에 이주하여 김을 양식하면서라고 한다. 김이라는 말도 김여익의 성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이 기록에 근거 광양시는 김 시식지를 조성해 기념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열양세기시’와 ‘동국세시기’에는 완도의 김유봉과 정시원이 김 양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완도설의 근거이다. 기원이 어디이든 김의 최대 생산지는 완도다. 김이 호황기를 맞았을 때 완도에 가면 개도 백원 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김이 금이었던 것이다.
시들했던 김이 최근 금값이 되었다. 수온 상승으로 일본의 김 생산량이 40% 줄어들어 공급이 부족한 면도 있지만, 최근 떠오르는 한류로 인한 K푸드 열풍에 세계인들이 김을 먹기 시작하면서다. 우리나라에서 급속 냉동해서 수출한 김밥에 열광하는가 하면, 스넥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김은 인기가 높다. 그러자 최근 김값이 30% 정도 올랐고 앞으로도 계속 반등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나라는 우리뿐이지만, 계속되는 수온 상승으로 앞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응해 해양수산부는 장기적으로 육상 양식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날로 더워지는 바다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검은 종이에 밥을 싸 먹는다며 한국인을 혐오하게 했던 것이 김이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 김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국격을 생각한다. K팝과 영화, 드라마 등 한류의 득세가 김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이대로라면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을 제2, 제3의 김은 더 나올 것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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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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