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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7월 18일 14시28분

[금요수필] 행복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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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디 계세요? 저 전주 들어왔거든요.” 잠시도 집에 붙어있지 않는 나를 찾는 아들의 전화다. 직장 관계로 광주에 내려온 지 10개월 만에 다시 서울 본사로 올라가는 큰아들이 엄마와 하룻밤 묵고 가겠단다. 홀로 있는 어미를 염려하는 두 아들은 번갈아 찾아와 주고, 수시로 안부를 묻는다.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부모님, 남편, 자식들을 생각에 본다. 옛날 남녀 차별받던 시절, 여인들이 지켜야 할 도리 중 삼종지도가 있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따르고, 늙어서는 자식을 따른다는 유교 사상의 영향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인들은 글공부보다는 바느질, 수놓는 것과 집안에서 남편을 섬기며, 자식을 키우는 일이 여인들의 일이라 했다. 지금 세대엔 잊혀진 말이지만, 나는 현대판 삼종 보호의 삶 속에서, 살아온 행복한 여인일 것 같다.

“어머님은 성공한 삶을 사신 거예요.” 설날 아침, 가정예배를 드리고, 각자 한마디씩 주고받는 덕담 중, 큰며느리가 나에게 한 말이다. “여자들은 무엇보다 남편에게 인정받는 것이 제일 행복하거든요 한다. 나도 겸손하고 인자함이 넘치며 신앙심 깊고 자상한 내 남편을 떠올려 봤다, 항상 내 의견을 존중해 주고 신뢰하며, 가정의 평화를 위해 강하면서도 약한 듯 져 주는 남편, 그의 전폭적인 외조로 인해 부부싸움 한번 못해보고,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남부럽지 않은 풍요로운 삶을 살아올 수 있었다. 유교 집안에서 자라신 우리 아버지는, 일찍이 기독교를 받아들여 자녀들에게 신앙을 물려주셨다. 10남매를 편애 없는 사랑으로 남녀차별 없이 세상사는 법을 일러주셨고,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 사고와 도전정신으로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아버지 모습을 빼닮은 나는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찾았다. 아버지는 생전에 매를 드시는 일이 없으셨으나, 잘못은 그냥 넘기지 않으셨다. 어느 날 아버지께 여쭤봤다. “왜 잘한 일이 많은데 잘못한 일만 기억하고 야단치세요?” 물으니 아버님은, “잘한 일은 두세 번 후에 칭찬해도 늦지 않지만, 잘못은 바로바로 고쳐야 하기 때문이란다.” 하시며 자식들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하셨다.

연년생 두 아들은 어려서부터 심성 곧고 인사성 밝아 누구에게나 칭찬받으며 자랐다.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모두에게 인성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며, 사회인으로 성공했어도, 부실한 부모의 말에 토를 달거나 반말, 농담 한번 하지 않고 언제나 예로 대답한다. 50이 넘은 요즘은 “사랑해요”를 말끝마다 붙인다. 같이 늙어가는 듯하여 코끝이 시큰해 지지만, 사랑한단 말을 들을 땐 나도 모르게 행복한 웃음이 번진다. 하늘 같은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 나를 신뢰하고 인정해 주며, 불평 없이 받아준 인자한 남편. 태산 같은 언덕과 그늘을 만들어 준 아들들에게 고마움을 알면서도 감사하단 말 한마디 못 했다. 나를‘ 행복한 여인’으로 살아갈 수 있게 지켜준 세 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랑하고,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정남숙 수필가는



대한문학 올해의 작가상, 한국문협 올해의 수필인 상 수상

수필집; 노을을 닮고 싶다, 난 아직도 꿈을 꾼다. 역사의 마당에서 전통이랑 놀아보자

국립전주박물관, 전주기독교역사 문화해설사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 행촌수필, 은빛수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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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1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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