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18일 14시06분
[전북의 창]위대한 자연, 자연의 정수(精髓) 국립공원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며, 암반 위를 흐르는 물소리, 자락자락 마다 피어나는 숱한 식물들과 풀벌레 울음소리는 내 마음 한켠에 살아 그대로 녹아나 있고, 심산유곡(深山幽谷)에서 면벽참선하는 큰 스님의 목탁소리는 늘 나를 깨어있게 한다.
국립공원은 그 누가 뭐래도 자연의 빼어난 정수(精髓)이다. 국가가 지정하여 국민에게 혜택을 누리게 해주는 가장 큰 복지인데도 우리는 아직도 자연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한 난개발로 무차별하게 자연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는 잃어버린 후에야 비로소 소중한 것을 깨닫게 된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대규모 토목공사을 하기위한 모래나 나무는 거의 벌목하지 않고 외부에서 들여온다.
자국의 자원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모습은 우리가 본받아야 한다.
자연은 위대하다. 우리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진정으로 위대하다. 자연의 위대함은 수천 수만년 동안 이어져 오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또한 무궁무진하다.
자연은 그자체로 우리에게 끝없는 은혜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이 스스로 디자인한 멋진 풍광,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온도습도 조절은 물론 산소 공급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자연 속에 있을 때 비로소 몸과 마음이 재충전되고 건강해지는 것은 두말할 나이가 없다.
사실 과학문명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시대가 바뀌고 사회 패러다임도 변화하게 된다. 그럴수록 우리 인간의 삶은 맞춤형 편리한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더욱 이타적이고 시간에 쫒기게 되어 정신적으로는 피폐한 삶을 살게된다.
의학의 발전,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이제는 머지않아 120세 시대가 될 것이다. 60세까지 일해야하는 예전에 비해 적어도30~40년은 더 일해야하는 시대가 될련지도 모른다. 몸과 정신에 늘 건강과 새로움, 그리고 푸르름을 유지해야만 가능한 평생 현역시대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경외심과 감동이 어우러진 풋풋하고 건강한 자연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아들과 내장산국립공원을 찾았다.
내장산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단풍터널이 반긴다. 어제 비가 와서인지 도로 양측에 즐비한 단풍이 내려앉아 빼곡하게 초록 잎으로 하늘을 수놓아 덮어 버렸다.
산에도 많은 비가 내려 나무들이 쳐져있고 계곡엔 물이 넘쳐났다. 인적이 드물고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태고 적 신비로움과 원시성을 잠시 볼수 있었다. 마치 6천5백만년 전에 익룡이 이런곳에서 날아 다녔겠지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벽련암 정자에 올라 서래봉을 누워서 거꾸로 보면 내장산1경인 하늘정원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무아지경이다.
가끔은 거꾸로도 세상을 봐야겠구나하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저 건너 신선봉이며 장군봉을 바라보니 자락자락 마다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녹색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었다.
20대의 왕성한 초목에서 품어져 나오는 자연의 산물들, 무더위 속에서도 꿋꿋이 하늘 향해 피어난 하늘타리며 바위취, 나리꽃 등을 보았다. 예뻐서 가지고 가고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오죽하면 지리산 이원규시인은 이시기에 산에 오는 탐방객에게 “원추리꽃나무에 흑심을 품지않은 이슬의 눈으로만 오시라”라고 했겠나 싶다.
천년고찰 내장사에 은거하신 대종사 대우큰스님의 시(詩)가 생각
났다.
바다숲 하늘향기 우화정 물빛안개
산새들 풀벌레의 가락에 귀가 멀고
비단숲 오색꽃물 가슴에 젖어들고
초록빛 푸른물은 하늘빛 향기어라. . (중략)
대우큰스님께서 건네주신 야생 죽로차 한잔 입에 머물다간 자리에 다향(茶香)과 법문(法文)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고승과 함께한 자리가 맑고 편안해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자연의 정수(精髓)이자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국립공원에서 생태계 단절을 초래하고 자연을 훼손하는 케이블카 시설을 하겠다는 지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미국은 국립공원에서 보이는 곳마저 인공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게 하고 있다.
우리 모두 함께 자연을 잘 보전하도록 노력 하여야 한다. 자연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미래세대인 우리 아들딸들로 부터 잠시 빌려 온 값진 문화유산이므로 고스란히 잘 간직하여 돌려줘야 할 책무(責務)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정장훈(국립공원공단 전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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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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