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07월 15일 16시36분
음주 사망사고 내놓고 “술 나중에 마셨다”
면허취소가 정지로...음주 사망사고 낸 50대 구속기소측정 제때 안 한 전북경찰 “초동수사 미흡 인정”
전주 도심서 음주 사망사고를 낸 50대가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 초동수사 미흡이 도마 위에 올랐다.
15일 전주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보영)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50대 A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7일 0시 45분께 전주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스파크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충격으로 스파크 차량 운전자 B(19)씨가 목숨을 잃었고 동승자 C(19)씨 또한 뇌 손상 등 중상을 입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도로는 제한속도 50㎞ 구간이지만 A씨는 시속 159㎞로 질주하다 좌회전하는 스파크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더 큰 문제는 경찰 초동수사에서 발생했다. 사고 직후 경찰은 A씨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해야 했지만 그가 고통을 호소하자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보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동승하지 않았고 행정보고를 위해 파출소로 돌아갔다.
병원에 도착한 A씨는 즉시 퇴원 수속을 밟았고 병원 앞 편의점에서 맥주 1캔을 마셨다. 뒤늦게 경찰이 병원을 찾았지만 A씨는 이미 떠난 뒤였다. 경찰로부터 음주측정을 하겠다는 전화를 받은 A씨는 측정에 앞서 맥주 1캔을 추가로 마셨다.
이 같은 행위는 이른바 ‘술타기’로 불리며, 사고 이후 술을 마셔 운전 중 음주 상태였는지와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등을 알 수 없게 만드는 수법이다. 최근 가수 김호중씨가 이 수법을 사용해 음주운전 혐의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오전 3시께 측정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084%로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 그러나 사고로부터 2시간 이상 지났고 A씨가 사고 직후 맥주를 마셨기에 객관적 증거로 사용될 수 없었다. A씨는 음주 상태를 부정하지는 않았으나 “사고 전 맥주 3캔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결국 혈중알코올 농도를 역으로 계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 0.051%로 검찰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 내용대로 기소하면 재판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음주 수치를 보수적으로 계산, 0.036%로 기소했다. 면허취소를 당할 만취 상태가 음주운전 기준 최소치를 간신히 넘는 수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이날 수사를 담당한 전주덕진경찰서는 초동수사가 미흡했던 것을 인정했다. 전북경찰청은 출동 경찰관과 팀장 등 파출소 직원 5명을 성실의무위반으로 감찰하고 있다.
전북경찰 감찰계 관계자는 “교통조사계 직원과 112지령실 근무자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며 “음주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과 병원 이송에서 경찰관이 동행하지 않은 점을 중점적으로 감찰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07-16 5면
http://sjbnews.com/821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