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14일 13시57분
[월요아침]마중봉생(麻中蓬生)
“선량한 사람을 만나면그 영향을 받아 착해진다”
동양의 고전인 에는 스승에 대하여 이런 말이 나온다. ‘삼인행 필유아사언(三人行 必有我師焉)’, 즉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가면 그 셋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라는 얘기다. 그중 착한 사람을 선택하여 그의 행동을 따르면 된다, 사람은 누구한테서나 배울 수 있으며 가르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살아오면서 어떤 멘토를 만났는가? 누구나 한 번쯤 반문해 봤을 것이다. 멘토는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인물만이 아니다. 멘토는 얼마든지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존재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너무 완벽한 멘토를 찾다가 주변의 소중한 멘토의 가르침들을 흘려보내지 않았을까 한다.
그런데 진정한 멘토는 직접 가르쳐주지 않는다. 스스로 깨닫게 해준다. 즉 삶의 모르는 지혜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알고 있는 삶의 지혜로부터 깨우치는 법을 인도한다. 그래서 스승이란 스스로 승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귀인이다.
사람은 무엇을 보고, 듣고, 만나는 것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또 어떤 것을 가까이 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고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급하더라도 아무나 만나서는 안된다. 즉 사람도 가려서 만나야 한다. 만나서 뭘 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마중지봉(麻中之蓬)’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봉생마중 불부이직(蓬生麻中 不扶而直)’에서 취한 것으로, 마중지봉은 삼 마(麻), 가운데 중(中), 갈지(之), 쑥 봉(蓬) 자를 쓴다. ‘삼밭에 나는 쑥’이라는 뜻으로, 순자의 ‘권학(勸學)편’에 나온다. 구부러진 쑥도 삼밭에 나면 자연히 꼿꼿하게 자라듯이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심성이 다르게 될 수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쑥은 보통 곧게 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똑바로 자라는 삼과 함께 있으면 붙잡아 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삼을 닮아가면서 곧게 자란다. 사람도 어진 이와 어울리면 어질게 되고 악한 사람과 어울리면 악하게 된다. 사람이 생활하는 데 환경이 중요함을 함축한 말이다. 여기에서 삼(麻)은 좋은 친구, 좋은 환경을 말한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일이다. 양나라 무제가 통치하던 시절에 ‘여승진’이라는 명망 높은 대신이 있었다. 그는 전쟁터에서는 많은 승리를 거둔 뛰어난 장수였지만 평소 사람들에게는 늘 겸손하고 온화하게 대하는 인격자였다.
그를 존경하는 많은 사람이 그의 집 근처에서 살고 싶어 했다. 그런데 ‘송계아’라는 사람이 남강군에서 군수를 역임했었다. 그는 임기를 마친 후에 여승진의 명망을 흠모해 그의 집 옆에 있는 저택을 매입해 이사를 왔다. 인사차 온 송계아에게 여승진이 “집값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송계아가 “1,100만 냥입니다.”라고 답했다.
엄청난 액수에 놀란 여승진이 “아니 무슨 집값이 그렇게 비쌉니까?”하고 묻자. 송계아가 “100만 냥으로 집을 샀고, 1,000만 냥으로 이웃을 샀습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백만금으로 집을 사고 천만금으로 이웃을 산다’는 ‘백만매택(百萬買宅) 천만매린(千萬買隣)이다. 즉 좋은 이웃은 천만금으로 산다는 뜻이다.
같이 어울리다 보면 비슷하게 닮아간다는 유유상종의 의미와 마찬가지다. 가장 이상적인 친구는 나이가 적든 많든 올바르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며, 긍정적인 마음을 전해준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아라.’라는 속담에 담긴 뜻을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 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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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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