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김상훈 - 2024년 07월 11일 16시36분
복구 시작, 장맛비 소식에 `한숨만'
-수마 할퀸 완주 운주면 등 복구 현장마다 `아수라장'-못 쓰게 된 살림살이 가득… 밥솥 닦으며 “이거라도”
“멀쩡한 물건이 하나도 없네요. 막막한 심정입니다”
11일 오전 10시께 찾은 완주 운주면은 수마가 남긴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전날 새벽 운주면 일대에는 시간당 8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하천 제방이 무너지며 물에 잠겼던 마을은 이튿날에는 진흙탕으로 변했다.
마을 곳곳에 토사가 남은 가운데 주민들은 삽과 손수레로 진흙을 퍼 나르고 상가와 주택 안에서 집기를 끄집어내는 등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다. 길가는 물에 젖어 못 쓰게 된 살림살이로 가득했다.
주민 김모(60)씨는 창고에서 문드러지기 시작한 양파와 진흙으로 범벅이 된 쌀 포대를 끄집어냈다. 김씨는 “이곳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며 “앞일을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식당에서는 주민들이 냉장고와 식탁 등을 꺼내는 가운데 식당 주인은 묵묵히 밥솥을 닦았다. 그는 “냉장고고 테이블이고 가게 안에 멀쩡한 게 없다”며 “씻어서 쓸 수 있는 물건이라도 건져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밥솥을 닦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가와 주택뿐 아니라 우체국과 파출소, 보건소 등도 침수 피해를 입으며 행정업무에 차질이 발생했다. 파출소와 보건소는 모든 집기가 끄집어내진 채 청소가 한창이었고 운주우체국 앞으로는 폭우 피해로 인해 업무를 중단한다는 안내가 붙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우체국을 찾은 마을주민 송모(65)씨는 우체국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송씨는 “가까운 우체국은 버스를 타고 가도 40분은 걸리는데 이를 어쩌나”라며 “마을에 멀쩡한 곳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체국 관계자는 “우체국 내부로 물이 흘러들어 전산에 접속할 수 없게 됐다”며 “아직 젖은 물건들도 다 정리가 되지 않아 언제 업무가 재개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복구 작업이 시작됐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다음 주부터 다시 장맛비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정체전선은 북쪽 건조한 공기에 밀리며 제주 부근까지 남하했다.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으나 다음 주 초 정체전선이 북상해 다시 장맛비를 쏟아낼 전망이다.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행정복지센터 2층 대피소에서 머무는 한 주민은 “물도 안 나오고 전기도 끊겨 여기 머물 수밖에 없다”며 “지금 복구를 한다고 해도 다시 비가 오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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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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