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7월 11일 10시36분
석양의 호수에서
[금요수필]윤재석
낙조의 그늘에 바람 없어도 물결이 조용히 인다. 사위에는 나는 새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호수 저 위쪽에 낚시꾼 하나 작은 고기잡이배 띄우고, 낚싯대 드리운 채 노 저어 올 법도 한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산그늘이 내리니 일찍 파시를 하였나, 아니면 어제 낚은 고기로 안주하여 마신 약주가 조금 과했나. 호숫가에 장대가 우뚝 서 있다. 내 어릴 때 시냇가 말목에 물총새 앉아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물총새나 물잠자리 한 마리 보았으면 하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총새는 입이 길고 몸은 파란색으로 윤기가 나고 날렵한 몸매를 가졌다, 호수가 장대에 앉아 있다가, 물속에서 노는 물고기가 시야에 들어오면 빠른 동작으로 물속의 고기를 낚아채 물고기를 입에 물고 나온다. 그 모습이 신기에 가까워 호기심에 자리를 얼른 떠나지 못한다. 요즈음은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자연환경이 오염된 까닭인가 하는 생각이다.
물잠자리는 가냘픈 몸매에 날개는 넓고 길어서 날아다니는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냇가에 풀잎이나 돌 위에 앉아 연신 날갯짓하던 모습도 이제는 보기 어렵다. 어린 시절 책보를 등에 짊어진 채 한번 잡아 보려는 심사로 살금살금 다가가면 먼저 알고 저만치 날아가 버리면 얼마나 서운하던지 철없던 시절이다. 이 또한 자연환경이 변함인가. 우리 주위에서 미물이 사라짐은 인간에게 그 재앙이 다가온다는 예고일지도 모른다.
자연환경이 변함은 인간에게 재앙으로 다가올 것 같다. 그저 괜찮으려니 하면서 쉬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환경은 변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순리에 맡겨야 하는데 인간의 지나친 간섭으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간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온이 오르고, 혹독한 추위로 생명을 잃기도 한다. 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여 인류의 간섭으로 기후시스템이 위험에 처하지 않는 수준까지 온실가스의 농도를 안정화하는 일이 지구 보존의 길이다.
나 어릴 적에는 시골 시냇물을 손바닥으로 떠서 그냥 마셨다. 지금은 수돗물도 미덥지 않아서 생수를 사 먹는 시대다. 그 시절이 오래되지 않았는데 우리에게 벌써 기후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담배꽁초 하나 버리는 일, 비닐봉지 사용을 안 하는 작은 실천이 자연을 지키는 첫걸음이 되려니 싶다. 자연은 우리의 것이다. 후손에게 넘겨주어야 할 유산이다. 산그늘이 호수에 내려앉는다. 석양에 물들어 가는 저 하늘에 흰빛을 자랑삼아 백조의 무리가 훨훨 나는 모습이 나타날 것만 같다. 서산의 산그늘을 보며 이마에 손을 얹어 본다.
윤재석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 등단
은빛수필문학회 회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전북문인협회 감사, 전북수필문학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상: 대한문학 작가상, 완산벌 문학상, 은빛수필 문학상, 진안 예술상
저서: 삶은 기다림인가, 진안미술사
지면 : 2024-07-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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