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7월 08일 08시31분
옹기종기 작은 집들이 모여 우주가 되다
서울 아트한갤러리, 기획초대 김부견 개인전
'우주 우리 동네'를 주제로 한 작품들은 유년시절 따사롭던 언덕과 아늑한 고향의 여운을 느끼게 해준다.빛바랜 흑백사진첩 속 고향의 심연을 공허하고 빈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담고 있다.
작가는 종교라는 틀에 갇혀 표현의 확장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작가는 어느 순간부터 겉으로 드러나던 불교적 색채를 내면으로 감추더니 탐구 주제를 ‘천불천탑’에서 ‘우리 동네’로 바꾸었다.
작가는 “우리 선조들은 집을 작은 우주로 봤다. 우주는 집 우(宇), 집 주(宙)를 사용한다. 집은 우리 존재가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어떻게 하면 집을 좀 더 따뜻하고 편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은 우주를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작가는 수없이 칠하고 덮길 반복하며 배경을 다진 다음에 묘사를 시작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겹으로 쌓인 배경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작품에 금박을 사용해 오래가고 변하지 않는 이미지를 담았다.
그의 자화상은 하나같이 입에 꽃을 물고 있다. 꽃은 언젠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념들을 문자로 표현하기도 했다.
한자 ‘집우(宇)’, ‘집주(宙)’에서 보듯 집 자체가 바로 우주라는 인식의 깨침이다. 그에게 우주는 존재 자체이고, 모든 존재가 머무는 곳이 바로 집인 셈이다. 물론, 그림의 바탕에 깔린 정신 세계는 동양적 사유체계에 맞닿아 있다.
작가는 요즘 마음의 집을 그린다. 개발로 인해 파헤쳐진 흙더미 속으로 아련한 추억마저 매몰되어가는 아쉬운 고향의 옛 모습을 박제하여 소박하고 정겹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코흘리개 적 따사롭던 언덕과 어머니의 품속과 같이 아늑한 고향의 여운이 진하게 배어 있다. 또한 오묘하고 측정할 수 없는 사유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작가는 “빛이 바랜 흑백사진첩 속 고향의 심연을 공허하고 빈 화폭에 고스란히 옮겨 담고자 했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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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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