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 - 2024년 07월 07일 14시53분
[월요아침]진안에 항일독립기념관을 건립하자
진안 황단제의 씨앗은 을사조약이었다. 1905년 일본은 일방적 강압적인 을사조약을 체결하고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였다. 조선의 황실과 황제는 일본 통감부의 지휘를 받도록 하였다. 그러나 고종은 독립국의 의지를 꺾지 않고 1907년에 헤이그에서 개최되는 세계만국평화회의에 한국대표단을 파견하여 일본의 대한제국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호소하려고 했으나 일본의 방해로 성사시키지 못하였다. 고종이 대한제국의 자주독립성을 강한 의지를 천명하자 일본은 고종황제의 퇴위를 강요하였다. 고종은 1907년 7월 18일 대한제국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하여 순종에게 황제권을 양위하고 순종은 융희 연호를 선포하고 황제에 즉위하였지만 통치권은 일본이 갖고 있었다. 일본은 고종황제를 강제 폐위시키고 군대를 해산시키자 전 국민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며, 전국 각지에서 항일의병들이 봉기하였다.
이때에 진안 임실지역의 유림(儒林)들이 비분강개(悲憤慷慨:슬프고 분하여 義로운 분노가 북받침)하면서 의병창의을 일으켰다. 1907년 진안 마이산 용암에서 천제와 황단제를 지내고 700여명의 유림들이 호남의병창의동맹단을 결성하였다. 송병선(고종의 스승)의 제자였던 이석용을 의병장으로 추대하고 임실 진안지역 유림의병들이 일본군에 맞서 전투를 벌였다. 임실, 진안, 장수, 남원, 운봉, 구례 등 산간 내륙에서 항일전투를 벌이다가 1909년 자진 해산하였다. 1910년 일본은 강제로 대한제국을 일본에 합방하는 조약을 체결하므로서 대한제국의 국권은 완전히 상실되었다. 일본의 국권 탈취로 국호, 연호, 황제도 모두 다 잃어버렸다. 일본은 헌병들을 앞세워 무단통치를 실시하는 도중, 1919년 고종황제가 갑자기 서거한다. 사인은 일본의 독살설이라고 돌았으며, 전국 각지에서 분노한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서 3.1만세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1919년 진안에서는 황실의 관리였던 수당 이덕응은 고종황제의 서거 소식에 진안군 주천면 화양산 정상에 올라 북향사배를 올리며, 하염없이 통곡 오열하면서 항일독립정신을 더욱 아로 새기게 된다. 수당 이덕응은 화양산에 정상에 삼극단을 조성하고 삼극제(三極祭)를 지내기 시작하였다. 삼극단에는 천단(옥황상제), 지단(공자), 인단(고종황제)을 설하고 매년 삼극제를 지내오고 있다. 이덕응은 유불도 사상을 빌렸을 뿐 고종황제를 추모하는 황단(皇壇)이나 다름이 없었다. 경술국치로 융희황제의 지위를 탈취당한 순종도 1926년에 서거하므로서 대한제국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마지막 황제였던 융희황제를 잃은 진안사람들은 융희황단을 조성하고 황단제를 지내오고 있다. 진안군 정천면 갈룡리 조포마을 주민들은 순종 서거일에 맞춰 융희황단에서 융희황제의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
이렇듯 진안지역 유림들은 우국충정하는 마음으로 연재 송병선의 제자들이 친친계를 조직하고, 면암 최익현의 제자들이 현현계를 조직하여 1925년에 호남의병창의동맹지에 이산정사를 조성하였다. 이산묘 회덕전에는 단군왕검, 조선태조, 세종대왕, 고종황제의 위패를 모셨다. 진안 유림들은 민족정기를 회복하고 항일독립정신을 고취시키려고 매년 회덕전에서 황단제를 지내오고 있다. 이산묘 일대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쓴 비례물동(非禮勿動), 청구일월 대한건곤(靑丘日月 大韓乾坤) 암각서가 있고, 이시영 부통령이 쓴 이산묘 현판 글씨와 이승만 대통령이 쓴 대한광복기념비(大韓光復紀念碑)가 세워져 있다. 향촌사학자인 이용엽 선생은 삼극제, 황단제, 이산묘 등 관련 자료가 많아 종합적인 기념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 을사조약 이후 국권회복을 기원하고 우국충정하는 마음으로 광무황제와 융희황제의 추모제사를 지내는 곳은 진안고을이 유일하다. 또한 유림들이 앞장 선 항일독립운동과 유림호국정신이 집약되어 있는 곳도 진안고을이 유일하다. 항일독립운동은 민족과 국가의 몫이지 민간의 몫은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진안군은 항일독립정신을 선양할 황단문화특구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황단제는 국가 지정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진안 마령면에 정부가 항일독립기념관을 건립해야 하고, 진안 황단문화권을 특구로 지정하여 국가 차원의 기념사업을 펼치는 것이 후손들의 몫이요 도리이다.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07-08 8면
http://sjbnews.com/8208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