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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7월 03일 14시51분

출품 작가마다 색깔 잘 드러나

■ 전주 아트그룹 ‘아띠’ 한국·프랑스 국제교류전

7일까지 파리 비비엔느 아트갤러리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도 출품 작가마다 각양 각색의 특징이 잘 들어난다.

강정이는 절대 우주의 상징체이자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대변하고 발화하는 이미지로 원형을 채택했다. 회화부터 설치, 조형에 이르기까지 장르적 범주를 넘나들며 다양한 매체를 선보이고 있는 강현덕은 제거와 소멸의 방식을 통해 대상을 재배치시킴으로 정통 한국화에서 핵심적으로 등장하는 여백과는 상반된 형식으로 고유의 이미지를 화면 안에서 새롭게 재현하고 확장해낸다. 자연에 대한 시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고유의 감각적이면서 회화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김미라는 물감을 덧대고 올리기를 반복하는 섬세한 작업을 통해 입체적인 이미지의 실험을 보여준다.

금속의 매체적 형질에 물리적인 긴장과 이완을 더하며 유동하는 듯한 이미지의 장식 오브제를 연출하는 김선애는 공예와 디자인 영역을 상호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제된 곡선과 파장을 통해 금속 매체 본연의 맥락적 질서에 조응해나가는 섬세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통일을 위한 갈구'(2024)는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로서의 현실을 안고 있는 남한과 북한을 향한 존재적 연민과 통일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공명하는 작품이다.

공예적 질료의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텍스타일, 가죽, 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를 포괄해나가며 다층적 시각언어를 구사하는 김완순은 개인의 서사와 사회를 향한 작가적 의식을 바탕으로 내면의 형상적 이미지를 구축해낸다. 외부의 실재하는 풍경과 심연 속 감정이 맞닿아 가시화된 산물들은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자연과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녹아든 유기적인 결정체이다. '소유(follow the course of life, 2024)'는 바로 이같은 은유적 표상들과 한지의 원료인 닥죽 특유의 물성이 결합하여 이미지 너머의 감각들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재편되는가를 보여준다.

김판묵은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모종의 연출된 화면 안에서 인간 본연의 욕망으로부터 기인한 모순된 삶의 일면을 포착, 자신만의 장치를 사용하여 극적으로 서술해낸다. 그가 선택한 가면, 사과, 망원경, 돋보기 등 일련의 사물은 알레고리적 회화의 서사와 맥락을 가로지르는 주요 축으로 작동하며 자기만의 방식에 사로잡혀 타자와의 관계성을 상실하는 어리석음(Fool, 2016)' 연작에서도 망원경과 돋보기를 통해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과 동양 필사의 근본 요소인 획에 대한 면밀한 탐구를 바탕으로 즉흥적이면서도 절제된 현상 이미지를 선보이는 문리는 먹과 물, 여백이 한 공간 안에서 서로를 품어내며 조응적 실천을 이뤄나가는 것에 주목한다. 광목천 위에 일획으로 표현된 먹은 본질적 실체인 물이 점진적으로 발현되는 경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화하며 공존으로 귀결되는 형태적 전환을 보여준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고독을 향한 관조적 탐색을 보이며 인간의 형상적 이미지에 재료적 본질이 부각된 작품을 만들어내는 소찬섭은 고목(古木), 대리석, 탄소 등의 다양한 물질적 실험 속에서 재료 그 자체의 질감과 형태가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한다. 인간 존재에 대한 처연한 감정에 기대어 생성된 작업은 거칠면서도 때로는 유려한 곡선으로 드러나며 고립, 고독함의 정서와 대비되는 달의 형상은 삶의 어두움을 그 이면에 존재하는 희망으로 치환한다.

유시라는 삶과 죽음의 주제에 반응하며 관찰자이자 주체적 행위자로서의 인식과 태도를 통해 독립된 조형 질서를 구축해나간다. 닥나무 줄기의 반복적인 뒤엉킴과 이로써 축적된 묶음다발은 치밀하고 견고한 물리적 형태를 취하면서 운명에 순응하고 본질로부터 순환하는 존재를 향한 내러티브로 귀결된다. 자연 그리고 일상 저변에 대한 관심을 서정적이고 친숙한 이미지의 배열들로 재구성하는 이보영은 회화, 조형,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식적 탐구를 선보이며 공간을 전유하는 감각의 확장을 불러일으킨다. 화면 안에 머물던 오브제는 최근 입체적이고 조형적인 접근을 통해 물리적인 형태로 현장에 전시되어 유연한 소통과 경험으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호철은 공상과 실제를 가로지르는 동시대적 인물도상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 이면에 감춰진 보편적 감정들이 현대사회 내부에서 어떻게 무감각하게 소비되고 희석되어 가는지를 상기시킨다. 다소 허구적이고 과장되어 현실의 경계를 벗어난 장치 설정과 특유의 무던한 표정, 동세들로 연결되는 시각적 조합은 직관적으로 돌출된 외모로 더욱 각인화되며 대상이 처한 상황에 대한 추적과 상상을 자아낸다. 진실된 표현의 부재, 인간미를 점차 상실해가는 시대를 향한 저릿한 감정은 희화화되기도 하고 때론 공간을 압도하는 묵직한 전율로 다가온다. 청각을 자극하는 다양한 외부 소리에 대한 반응으로 자율적이고 동시다발적인 개입을 허용하며 자신만의 융합적인 형상미를 만들어가고 있는 정소라는 의식의 흐름이 주도하는 창조적이고 비선형적인 이미지의 총체를 보여준다.

여성이 부여받는 다양한 역할의 무게를 견디며 이에 대한 반작용이자 도피처로 생성된 형상은 점차 순간과 사소한 것을 향한 관심으로 증폭, 내면의 우주를 연상시키며 화면의 위계와 경계를 흔들고 혼재된 이미지의 레이어를 밀도있게 담아낸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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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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