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7월 02일 14시20분
[문화로 이야기꽃]읽고 생각하고
사람노릇을 제대로 하고, 그리고 남는 힘이 있으면 글을 읽으라고 했다. 어느 시대에나 귀담아 들어야 할 소중한 말이다.
“집에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밖에서는 우애있으며, 행동을 삼가서 믿음직하게 하고, 널리 뭇사람을 사랑하되 어진사람을 가까이하며, 그리고도 남는 힘이 있으면 곧 글을 배우도록 해라(行有餘力 卽爲學文)”(논어 학이 6).
사랑, 어진 이를 가까이하는 것은 학문을 잘 하지 않았더라도 인간으로서는 기본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이런 인간이 진화해 나아가려면 남은 힘을 학문에 쏟아야 한다. 독서나 학문은 인간의 행동규범을 진화시켜 주는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교육을 받으면 인간은 자란다. 자란다는 것은 뿌리 내리기, 가지 뻗기, 열매맺기의 단계로 나아간다. 그런데 그 과정에 손길이 필요하다. 그래야 성장이 순조롭고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때그때 비료처럼 힘을 돋궈 주는 것이 바로 독서이고 학문이다. 독서 없이는 축적이 없고, 성장도 없다.
“싹은 있지만 자라지 않는 경우가 있고, 자라기는 했는데 열매를 맺지 못한 경우도 있다(秀而不實 者有矣夫)”(자한 21).
독서를 이어가면 여러 가지 효과를 보고, 성과를 거두며, 자기 내면에서 온화한 기운이 생성된다. 마침내 이것이 겉으로 표출되어 낯꽃이 된다.
“시경을 읽으면 감흥을 일으킬 수 있고, 사물을 잘 관찰할 수 있으며, 같은 류와 모일 수 있고, 비평할 수 있으며, 부모를 섬기고 임금을 섬길 수 있으며, 새와 짐승 풀과 나무에 대하여 지식을 많이 알 수 있다”(논어 양화 9).
인간은 독서를 하면서 제대로 살아갈 길을 찾게 된다. 그런데 그 독서는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다. 좀 더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아무나 독서로 성장을 이루기가 어렵다. 그래도 꾸준히 읽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문은 산을 만드는 것과 같아, 한 삼태기가 모자라면 다 못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학문은 땅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과 같아서, 겨우 한 삼태기 정도만 옮겨 부었다가 그만두더라도 그것은 그 만큼 정도는 평평하게 이룬 것이다”(논어 자한 18).
지식의 습득은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므로 꾸준히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습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스스로 읽기를 즐기고, 학문을 쌓았던 공자. 그에게 학문의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자기의 학문적 실천성에 대하여 어려움을 고백했다. 자기반성문인 것이다.
“내면의 덕을 닦지 않는 것, 배운 것을 스스로 연구하지 않는 것(學之不講), 옳은 일을 듣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 좋지 못한 부분을 고치지 못하는 것, 이것들이 나의 걱정거리다(논어 술이 3). 대학자의 진솔한 자기고백은 천천히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지만, 활동지향적 학습을 독서의 최종 목적으로 삼아야한다고 우선 새기고 싶다.
독서는 정보량을 늘리는 것에 덧붙여 지혜를 생산하고, 창의력을 늘려준다. 그렇게 하려면 읽는 것 이상으로 깊이 생각하고 응용력을 키워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학습만 하고 사색하지 않으면 흐리멍텅 해지고, 사색만 하고 학습하지 않으면 위태로워 진다(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논어 위정 15).
독서와 사색을 함께 해야 정리가 되고 명확해진다. 생각하면서 넓혀가고 창의성을 키워가야 한다.
공자가 경고하여 말한다. 지식은 넘쳐나고 습득방법조차 쉬운 세상이다. 나쁜 지식으로 충만해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이들이 평범하게 살고 있는 우리를 걱정스럽게 만든다. 이제는 공자의 이 말씀을 제발 좀 기억하고, 제 일을 똑바로 하는 세상이 되어야겠다.
“시경에 있는 관조의 시는 즐거워하되 음탕에 치우치지 않고, 슬퍼하되 상심하는 지경에 이르지 않는다(樂而不淫 愛而不傷)(논어 팔일 20).
지난 주말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는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앞으로 나아가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책이 가장 많은 곳은 국회도서관이다. 그 언저리를 오가는 이들은 도대체 뭘 하는가. 책 좀 읽고 생각좀 하자.
/이흥재(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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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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