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6월 30일 14시36분
[온누리]인구와 성비
우리나라의 신생아 남녀 비율은 105대 100으로 남아가 더 많다. 비율만 놓고 보면 아직도 남아선호 사상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구학자들에 따르면 이 비율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태아 때는 5% 정도 많지만, 성인이 되면 비슷해진다. 남아들이 사고 등으로 사망률이 높아서 그렇다.
남아를 선호하는 이유는 농경사회에서 보다 우월한 노동력 확보와 대를 있는 가치가 우선했기 때문이다. 동서양은 물론, 종교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다. 유교는 효를 ‘백행(百行)의 근본’으로 봤다. 성경에서도 ‘너희는 부모를 공경하여라.’라며 효를 주님의 명령이라고 한다. 이슬람 역시 ‘알라신의 만족이 부모님의 만족과 연결’되었기에 효를 다할 것을 강조한다.
모든 동물은 본능적으로는 내리사랑이나, 인간만이 효를 행한다. 그래서 인간을 ‘효도하는 동물’이라고 하기도 한다. 효라는 개념을 만들고 강조한 이유가 노후 부양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복지 제도가 발달하지 못한 사회일수록 자식이 부모를 모시는 효를 강조하고, 남아를 선호한다.
한때 농촌 총각들의 결혼 문제가 심각했었다. 장가는 가야 하는데 시집올 처녀가 없어 결국 외국에 눈을 돌렸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 등에서 짝을 구했다. 결혼이 단지 남녀 둘의 결합만이 아닌, 가문과 가문의 문화적 결합이기도 하니 갈등도 많고, 애로 사항도 많았을 것이다. 더구나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그들의 어려움은 짐작하고 남는다.
최근 중국 접경 국가에 여성 납치와 인신매매가 성행한다고 한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아직도 여전한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남자는 많고 여자는 적은 성비 불균형이 불러온 현상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무려 4,000만 명의 중국 남성들이 결혼할 처녀가 없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접경 국가들은 가난하다. 그러다 보니 인신매매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15세와 14세 베트남 소녀 2명이 강제로 중국에 끌려가 결혼 당하기 직전에 구출된 사례도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식당에 취업시켜주겠다고 속여 중국에 팔아넘긴 것인데 다행히 정보를 입수한 베트남 공안에 발견돼 돌아왔다.
베트남 공안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5년간 인신매매로 적발된 것만 394건이라고 한다. 적발 비율이 3~4%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베트남은 그나마 발표라도 했지만, 라오스나 미얀마, 몽골 등에서 일어나는 인신매매의 규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아 짐작하기도 어렵다.
남녀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한 쪽의 성비가 기울어 짝을 찾지 못한다면 이는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대가 된다. 한때 농촌 총각 결혼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우리에게 오늘날 중국의 노총각 문제가 남일로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강 건너 불구경으로만 여기기에는 우리 발등의 불도 뜨겁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저출산율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작년 출산율이 0.78명이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엄청난 사회 문제로 이어질 것이다. 사람이 이루는 사회에 인구문제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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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7-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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