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6월 19일 14시25분
[오늘의 길목]정상과 비정상, 그 판단이 주는 무소불위의 힘
그 한 예로 드는 것이 바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다. 푸코는 '광기의 역사'라는 저술을 통해 근대사회에 들어 우리는 표준적인 인간성을 규정하고 이와 다른 사람들을 광기를 가진 사람으로 구분하고, 치료대상으로 분류하여 정신병원 등에 격리하였는데 이때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하는 근거와 그 근거를 장악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권한과 권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즉 비정상으로 판단하면 언제든지 함께 사는 사회 밖으로 추방하고 격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이런 일들은 아주 많았다. 히틀러와 그를 추종한 독일인들은 게르만인과 유대인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하고 유대인을 학살하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았다. 이런 거창한 역사가 아니라도 표준말과 사투리의 구분도 그렇다. 은연중에 표준말은 올바른 말로써 권위를 갖게 되며 표준말을 사용하는 사람 또한 그런 대우를 받게 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대표적인 직업은 무엇일까? 많은 직업이 은연 중에 그러한 일을 하고 있지만 개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라면 법조인과 의사를 들 수 있겠다. 검사는 기소권을 독점함으로써 범죄자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자연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유일무이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 판사는 그를 얼마동안 사회로부터 격리할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의사는 또 어떤가. 이 사람이 비정상인으로 구분되는 환자인지, 아니면 건강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도 되는 정상인인지를 결정하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판단과 그 근거는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권한과 권위를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이들의 판단 근거는 모든 경우에 지식으로부터 온다. 그 지식이 옳다고 해서 지식이 사용되는 방식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그들의 지식은 독점적으로 전수되고 사용되며, 이 과정에서 그들만이 누리는 헤게모니가 만들어진다. 그들이 만들어 낸 헤게모니 덕에 근대사회 이전까지 사회적 권력관계에서 비교적 하위 계급이었던 법조인과 의사가 근대사회 이후에 막강한 사회적 권한을 갖게 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법조인들은 그들만의 지식체계를 활용하여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그들에게는 일상인 ‘전관예우’라는 이름으로 그들만의 권한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 의사는 그들에게 생명을 맡기고 있는 환자보다는 후배 의사와의 연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는 법조인과 의사들도 있다. 그들은 그들의 세계에서는 비정상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사적 처벌과 형벌의 대상이 되어 차별과 배제를 당하며 주변화당하고 있다.
푸코는 전통적인 서양의 합리주의에 대해 비판하고, 비정상으로 분류되어 사회에서 주변화된 사람들에게 깊은 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강고한 틀을 깨부수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의 우리 현실은 그 틀을 깨부수는 사람들과 어떻게 연대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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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6-2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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