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강영희 - 2024년 06월 13일 15시12분
<신간>쿠바 아바나에서 펼쳐지는 남북한의 운명을 건 첩보전
정치사회적 고뇌와 실존적 자아의식에서 출발한 첩보 스릴러
아바나 리브레는 2018년 남북정상회담의 극적 성사에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음지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암약이 그 이면에 있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작가는 평생을 음지에서 머물다 추락한 한 스파이가 쿠바 아바나를 무대로 남북한의 운명을 건 최후의 첩보 작전을 펼치는 과정을 영화처럼 그려냈다.
첩보물적 발상과 소재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뛰어넘어 여러 심오한 테마를 아우르는 낯선 감각은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살아 숨 쉬는 듯한 묘한 매력의 이야기로 전달된다.
자아에 대한 실존적 깨달음과 함께, 사적인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개시된 작전이 역사적 사건으로 확장되는 서사의 흐름과 다층적으로 궤를 같이한다.
정민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정서를 근간으로 하되 전작들에 드리워져 있던 어둠과는 사뭇 다른 아바나의 햇볕 강렬한 양지의 배경과 함께 룸바를 연상케 하는 경쾌하고 흐느적거리는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낯선 감각의 스파이 소설이다.
생경한 문학적 경험을 갈구하던 한국문학 독자들은 물론 한국 작가에 의해 쓰인 양질의 첩보물에 목말라하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팬 모두를 만족시킬 ‘이단의 클래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바나 리브레가 가진 묘한 매력은 이 같은 서사가 첩보 스릴러라는 장르물로서 갖는 클리셰의 쾌감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상충되고 상관없어 보이는 요소들이 ‘아바나’라는 배경이 가진 마력에 의해 하나로 합쳐지며 배열되고 반전되면서 쿠바를 감싼 열기처럼 쏟아진다.
장편소설 ‘아바나 리브레’는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사이공 나이트’로 한국 문단과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작가 정민이 ‘어둠의 양보’ 이후 9년 만에 야심 차게 선보이는 장편이다. 그의 데뷔작이자 하드보일드 누아르를 표방했던 ‘사이공 나이트’는 세계문학상 수상작 선정 당시 대상 수상 여부를 놓고 심사위원 간에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던 작품으로 출간 후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베트남에 수출되었으나 베트남 정부에 의해 금서로 지정돼 간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양국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서울 = 강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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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6-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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