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6월 13일 14시17분

[금요수필]세 치의 혀가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김형중


IMG
상식과 지식, 그리고 지혜와 삶의 길을 안내하는 책의 보고(寶庫)를 도서관이라 한다. 세계에서 제일 큰 도서관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회도서관으로 수천만 권의 서적과 팜플렛을 소장하고 있으며, 서적을 진열한 책꽂이 길이가 무려 851㎞나 된다고 한다. (※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고속도로 거리가 약 428㎞다).

인간에게서 창의력의 기본 바탕은 다양한 독서를 바탕으로 한 상상력에서 우러나오고, 상상력의 기본 바탕은 호기심에서 돋아나온다는데 그 넘쳐나던 낭만(?)의 상상력을 우려내던 곳이 바로 화장실의 낙서였다. 그 낙서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의 늪으로 깊숙하게 빠져들어 갔다. 호사가들이 썼던 화장실 낙서의 독자는 한정된 숫자에 그치지만 인터넷 글의 애호가들은 수백, 수천만 명에 이르니, 그 전파력은 비교가 되지 않으며, 지구 반대편 사람까지도 끌어들이는 파급력은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속담을 현실화시켰다. 각종 미디어가 넘치는 오늘날에 수많은 말들이 넘쳐나서 하나마나 한 말, 하지 않아도 될 말,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인터넷을 가득 메워 사람들의 목숨까지도 앗아가는 현실이다. 좋은 얘기보다는 나쁜 말 즉 악플이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말이란 상대를 즐겁게 하는 칭찬도 있지만 때로는 사람을 해치는 역할도 한다. 말을 잘못해서 평생 샇아 올린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스스로 무너뜨리거나, 세 치 혀로 인해 망신을 당하는 사람을 우리는 수없이 듣고 보아왔다.

한편 만물의 영장인 사람의 혀는 삶을 촉촉하게 해주는 미각의 역할과 생각을 정리해서 의사를 전달하는 매우 중요한 신체 일부다. 미각은 약 9,000여 개로 나뉘어 있으며, 혀의 맨 뒷부분은 쓴맛을, 중간 부분은 짠맛을, 앞부분은 단맛을 느낀다고 한다. 60세부터는 이 맛을 느끼는 능력이 약 40% 정도가 감소 되어 전에 느끼던 맛의 감각이 무디어진다고 한다.

말의 유력은 처칠 같은 유머나 링컨 같은 명연설이 있으나, 나보다 못한 사람을 희롱하거나 농락하며 모욕을 주고, 헛소문을 퍼뜨려서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거나, 망가뜨리고, 넉살좋게 아부를 해놓고, 돌아서서 비방하는 사람, 남의 비밀을 들춰내어 허물을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수없이 깔려 있다. 칭찬과 아부(阿附)는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격이 다르다. 듣는 이에게 이득을 주면 칭찬이지만, 아부는 혼란을 주게 된다.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만들려면 ‘소유’가 아닌 ‘재능’을 칭찬하라고 했다. 같은 칭찬을 여러 사람에게 똑같이 하는 것은 입에 바른 아부라 할 수 있으며, 한편 칭찬을 한 뒤에는 대가(代價)를 바라지 말고, 진심으로 하라고 했다. 자유당 시절 아부의 대명사인 낚시터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옆에 있던 윤 아무개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한 아부가 서민들의 술안줏거리가 되었던 일화를 기억할 것이다.

절(寺刹)에 가면 명부전 (冥府殿-※지장보살을 주로 하여 염라대왕 등의 시왕(十王)을 모신 절 안의 법당)이란 곳이 있다. 이곳은 사후(死後)세계 인간의 죄를 심판하는 곳이라고 한다. 펼쳐지는 지옥 장면 중에 발설(拔舌)지옥이란 곳은 살아서 입으로 지은 죄가 많은 사람들이 벌을 받는다고 한다. 블렉박스나 CCTV가 사방 곳곳에 설치된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즉 비밀이 없는 세상, 개념 없이 내뱉는 순간의 말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김형중작가는

에세이스트. 시조시인. 문학박사

문단활동- 행촌수필. 전북수필. 영호남수필. 교원문학 회원

현) 전북문학관 운영위원장, 전북예총 부회장, 새전북신문 논설고문, 전라시조문학회 상임고문 등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지면 : 2024-06-14     7면

http://sjbnews.com/818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