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육정신(六正臣)과 육사신(六邪臣)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로마 시대의 공화정부터 시작된 다수결원칙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이장선거에서부터 군·구·시·도의원, 국회의원, 대통령, 국립대학 총장, 학장, 학과장에 이르기까지 다수결은 민의의 최종 결과물이다. 또한 이 선출된 장의 리더십, 인성과 철학에 따라서 단체와 무리들의 성격과 지향하는 방향 등이 나타나게 된다. 물론 다수결에 의하여 선출되었기 때문에 모든 민의를 모아서 최선과 최고의 정책과 목표를 향하여 나갈 것 같으나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것이 다반사이다. 이는 우리 역사와 세계역사를 장식하고 있다.
조직·단체에서 장으로 선출되거나 지명되면 조직·모임의 주목적과 지향하는 철학에 부합하는 참모와 부하직원 동료들을 임명하게 된다. 선출된 장이 참모·동료들의 선정이 중요한 것은 그 조직의 “건전성과 일 잘하는 것”이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참모와 일하는 동료들을 지명할 때 단체장의 성격에 따라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인선과 지명할 때는 정말로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을 찾는 것 같아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단체장의 성격과 유사한 유유상종끼리 모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일반사회뿐만이 아니라 대학사회에서도 똑같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는다. 사립대학은 일단 이사회에서 지명한 총장이 이사장과 함께 학교의 목표와 지향하는 철학으로 밀고 나가지만 주인이 없는 국립대학은 총장이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다.
현 정부가 전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이나 보완을 하여야 할 경우 해결하는 데는 더욱더 힘이 든다.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대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단체·조직에서 참모와 동료가 충신들로 모이는 경우와 간신들로 모이는 것이 그 조직과 단체의 지속성에 중요한 것이다.
중국 전한시대의 학자인 유향(劉向)은 충신과 간신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우선, 간신으로는 육사(六邪), 육사신(六邪臣)으로 나누고 있다. 육사신은 (1)구신(具臣): 신하로서 역할은 제대로 못하면서 자리만 꿰차고 있는 신하이다. 매관매직하면 제일 뚜렷이 나타난다. 공부도 안하고 실력도 없다. 복지부동도 이 부류이다.
(2)유신(諛臣): 아첨만 하는 신하로 제일 많다. 무능한 장이 제일 좋아한다. 공적회의인데도 꼭 사이비 종교의식 같거나 주군의 찬양에 여념이 없다. 두 손을 모으고 눈물도 흘린다. (3)참신(讒臣): 남을 잘 헐뜯고 참소를 일삼는 신하이다. 대학과 공무원에도 의외로 많다. 일 못하고 할 일 없으니 시간만 많이 남아 참소가 취미이다. (4)적신(賊臣): 반역을 하거나 불충스러운 신하이다.
(5)간신(奸臣): 권모술수와 간사한 진언을 서슴치 않는 신하이다. 주군의 약점을 잡거나 또는 금전적으로 뇌물을 주어 주군의 눈을 가려 자기 마음대로 만행을 자행한다. 자기가 상왕임을 주군만 모르게 하고 조직을 사유화시킨다. 대학에도 이러한 경우가 있다. (6)망국신(亡國臣): 붕당을 지어 자기 세력의 이익만 탐내고, 주군의 시비를 구분 못하게 하고, 주군의 단점을 외부에 알리는 등 나라를 망하게 하는 신하이다.
그러면, 이와 대비되는 말로 충신, 육정신(六正臣)은 (7)성신(聖臣): 인격이 고매·고결한 신하이다. 99.9% 이상의 사람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대학사회에서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이 부류에 속하나 이런 분들을 나서기 싫어한다.
(8)양신(良臣): 마음 씀씀이가 어진 신하이다. 진정한 교육자가 이 부류에 속한다. (9)충신(忠臣): 충성심으로 가득 찬 신하이다. (10)지신(智臣): 매사에 지혜로워 임금을 잘 보좌하는 신하이다. (11)정신(貞臣): 지조가 곧고 바른 신하이다. (12)직신(直臣): 성품이 강직한 신하이다.
99.9% 이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육정신에 속한다. 그런데 그 단체장의 원래 기질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아래의 신하가 육정신 또는 육사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연장하여 어느 사람이 선거에 출마를 하면 이 사람이 육정신일까, 육사신일까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느 무리에 속해 있었던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강길선(교수,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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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6-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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