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6월 09일 14시00분
[온누리]산유국의 꿈
석유는 꿈의 자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왜 석유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푸념을 하곤 한다. 석유로 풍요를 누리는 산유국들의 이야기가 마냥 부러운 것이다. 산업시설이 없어도 땅에서 솟는 원유로 누릴 걸 다 누린다면 분명 축복이다. 2022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모든 축구 경기장에 냉방을 하겠다고 제안한 카타르의 성공 역시 석유의 힘이었다.
1970년대 석유파동은 큰 충격이었다. 높은 유가로 세계 경제가 흔들렸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한국석유공사이다. 석유자원의 개발과 비축, 유통구조의 개선을 목적에 두고 출발했다. 그 결과 1998년 우리나라는 세계 95번째 산유국이 되었다. 동해 가스전에서 하루 평균 1,100톤의 천연가스와 초경질원유가 생산된 것이다. 국내 소비 2.2%에 불과했지만 이마저도 매장량 고갈로 2021년 생산이 멎었다.
2022년 한해 우리나라는 10억 3,128만 배럴에 1,584억 달러를 원유 수입으로 지불했다. 세계 8위 에너지 소비국인 만큼 국가 전체 수입액의 21.7%를 석유가 차지한 것이다. 지금도 서민 가계에 가장 많은 부담이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값이다. 그러니 산유국의 꿈을 막연하게나마 꾸어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정작 우리나라가 석유 강국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수출도 많이 한다. 어떻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수출까지 할까? 이는 뛰어난 정제기술 덕분이다. 원유 정제 양으로만 봐도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어 세계 5위이다. 일본이 7위이니 두 계단나 높다. 더구나 정제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유럽에 가스 공급이 끊기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우리의 경우 가격만 조금 올랐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높은 경쟁력을 가진 우리 정유사들이 글로벌 스윙 프로듀서(Swing Produce)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스윙 프로듀서’란 생산량 조절로 안정된 공급을 주도하는 주체를 이르는 말이다.
정제기술에만 의존하던 석유 강국 대한민국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 같아 설렌다. 영일만 인근 심해 지역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었을 거라는 발표다. 이 지역의 석유와 가스 매장 분석을 맡은 미국 액트지오사는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매장량 110억∼120억 배럴의 남미 가이아나 유전에 버금갈 수 있다고도 했다.
엑손모빌 재직 당시 가이아나의 심해 리자 광구의 시추 과정에 참여했다는 액트지오사의 아브레우 고문은 동해의 심해 유전 분지가 리자 광구와 동일한 유형이라고 한다. 2015년 발견된 가이아나 유전은 금세기 최대 심해 유전으로 평가받으며 현재 탐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의 오랜 꿈인 산유국, 그 꿈이 현실이 될지 아직은 미지수이다. 가능성은 20% 정도라고 한다. 15%의 가능성을 가진 가이아나 심해 유전보다는 높다. 문제는 시추에 드는 비용이다. 한번 시추에 1,000억이 든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석유만 쏟아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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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6-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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