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6월 06일 14시28분
[전북의 창]김제의 기억,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
- 일제강점기 역사의 흔적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교훈
김제에도 잊고 싶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기억들이 있다. 바로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국가유산들이다. 죽산면에 소재한 구 일본인농장 사무소와 백구면에 소재한 백구금융조합이 그 예이다. 이 건축물들은 일제의 식민지 착취의 도구였으며, 한반도 토지 수탈의 상징적인 증거이다.
하시모토 농장 사무실로도 알려진 구 일본인농장사무소는 하시모토가 1916년부터 죽산면 농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농장을 운영하기 위한 이 건물은 당시의 양식 건축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조적도 단층 건물로, 지금도 그 서편에는 창고가 남아 있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반영한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은 이 지역에서 벌어진 일제의 수탈과 강제 징용, 소작쟁의, 독립운동 등을 통해 우리 근대사의 민중들의 고통과 애환을 생생하게 그려내기도 하였다.
백구금융조합은 일제가 조선의 경제를 수탈하기 위해 설립한 금융기관으로, 김제 농촌 경제를 전면적으로 수탈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 건물은 서양식과 일식의 절충적인 형식을 지니고 있어, 당시의 건축 양식을 오늘날에도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건축물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해방 이후로도 계속해서 논란이 되어 왔다. 남길 것인가, 없앨 것인가? 그리고 남긴다면, 이를 우리의 유산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그 특수성을 인정하여 다른 개념의 명칭으로 불러야 할 것인가?
역사적 잔재를 없애버린다면, 우리는 그저 역사책의 몇 줄로만 그 시대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잔재들이 남아 있다면, 그것들을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구상이 가능해진다. 역사는 반복되는 일들이 많기에,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그 치욕의 현장마저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며, 그것을 발판 삼아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이다./백덕규(김제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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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6-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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