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27일 14시32분

[아침발걸음]고창 대동리 고인돌의 220° 방향성과 남두육성

“선사인들은 어떤 감정과 지혜, 그리고 지식으로 고인돌을 축조했을까?” 또는, “왜 선사인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거대한 고인돌을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선사인들의 삶과 고인돌을 연결한 연구를 하고 있다. 주위의 자연환경, 특히 하지 때의 물과 관련된 기록들이 점차 늘고 있다. 물론 연구의 기본은 태양과 별 및 달의 움직임과 땅의 관계다. 인간의 문화는 삶과 직결된 환경에서 나온다. 삶이 절박할수록 인간의 문화행위는 뭔가에 혼신의 노력을 담는다. 특히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은 선사인들의 환경을 담은 행위가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

고인돌 입지는 지역별로 매우 다양할 것 같지만 태양과 별자리 및 달의 움직임, 그리고 주변의 지형을 결합한 간단명료한 자연과학적 지식의 반영이다. 다만 주위의 자연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뿐이었다. 특히 한반도 고인돌 배치는 농작물이 한참 자라는 하지 전후의 천문과 기상을 물과 관련시켜 이를 반영한 결과가 많다. 즉, 고인돌의 장축이나 고인돌 간의 관계를 하지 일출 방향으로 하거나 남서쪽인 210-220°로 고인돌을 향하는 패턴이다.

아직까지 누구도 언급하지 않은 고인돌의 210-220° 방향성과 배치는 남두육성을 비롯한 별자리와 관련이 깊다. 이 방향인 고창의 고수 강촌고인돌, 성내 신대고인돌, 상하 오룡고인돌 및 대산 성동고인돌에 남두육성과 그 주변 별자리를 새겨 놓은 성혈이 있다. 그리고 고인돌과 고인돌, 고인돌군과 고인돌군의 관계성에서도 이 방향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또한 많은 고인돌을 조사하면서 고인돌 자체 의미뿐만 아니라 고인돌군 전체를 별자리로 해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곳 고창 대동리 고인돌 마군도 그랬다. 이곳에 9기의 고인돌이 있고, 고인돌들은 2지2분의 절기뿐만 아니라 장축이 220°로 놓인 것이 3기나 있었다.

고인돌의 배치가 220° 방향이라는 것은 이 방향이 가지는 뭔가의 중요성 때문이다. 인근 대동리 고인돌 가군도 이 고인돌군을 220° 방향으로 행했다. 가군은 고창천과 주진천이 만나는 쌍천의 넓은 들녘을 바라보고 있고, 마군은 가군보다 더 높은 능선에 있어 사방을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마군의 9기 고인돌은 남두육성 또는 북두칠성 같은 바가지와 손잡이로 배치했다. 남두육성과 기수의 삼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이 별자리는 가장 한국적이고,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도 잘 반영되었다.

남두육성은 궁수자리의 6개 별로 이루어진 국자모양의 별자리로 두수(斗宿)로 불리며, 수기운을 맡아 다스린다. 또한 풍년을 기원하고 인간의 장수와 행복을 관장하는 신이었다. 죽음을 관장하는 북두칠성과 대비된다. 남두육성은 6월 22일 하지 전후 떠올라 초가을까지 은하수와 함께 한반도 어디서든지 보인다. 은하수는 하늘의 큰 하천으로 물과 관련이 깊다. 남두육성은 은하수의 물을 땅에 퍼내려 주는 바가지다. “하지가 지나면 구름장 마다 비가 내린다.”거나 “하지가 지나면 오전에 심은 모와 오후에 심은 모가 다르다.”라는 속담처럼 하지부터는 비가 자주 내린다. 이때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사람들은 남두육성이 밝게 빛나면 풍년이 들고, 어두우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고인돌시대도 남두육성은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재해 예방과 같은 농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신앙의 대상이었다. 이런 남두육성 신앙은 선사시대부터 있었고, 그 흔적이 고인돌의 210-220° 배치다.

그런데 대동리 고인돌 마군은 남두육성 바가지를 북쪽으로 향했다. 바가지가 은하수의 물을 퍼서 남쪽으로 뿌려야 비가 많이 내리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쌍천은 가뭄이 문제가 아니라 홍수로 인한 들녘의 범람이 골칫거리였다. 특히 줄포만의 밀물이 주진천의 상류를 따라 밀려오고, 비가 많이 오면 넓은 쌍천 들녘은 자주 범람했다. 쌍천의 넓은 농경지들이 조수의 피해를 받으면 염해로 몇 년 간 죽을 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니 선사인들은 의식적으로 남두육성의 바가지가 물을 쏟아 내리지 않도록 북쪽 하늘을 향하게 두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병렬(고창 향토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