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22일 14시18분
[오늘의 길목]홍암 나철 선생(弘巖 羅喆 先生)
단군신앙 대종교는 민족의 얼과 동질성에 뜻이 있다
평양에 도읍하여 이상을 펴던 단군은 구월산 삼성사에서 하늘로 올라갔고 유해는 평양성 밖에 묻혔다고 한다. 단군과 그가 다스렸다는 고조선(古朝鮮)에 관한 기록이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고려시대 일연(一然)스님(1206~1289)이 쓴 삼국유사(三國遺事)이다. 이 책에서는 중국의 위서(魏書)와 우리나라의 고기(古記)를 인용하여 하느님인 환인(桓因) 아들인 환웅(桓雄)이 이 땅에 내려와 나라를 세우고 교화를 폈으며 웅녀의 여인과 혼인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단군이다.
단군은 평양성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이름을 조선(朝鮮)이라 했다는 것이다. 단군에 관한 기록은 같은 고려시대에 이승휴(李承休)가 지은 제왕운기(帝王韻紀)가 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권람(權擥)의 응제시주(應製詩註)의 세종 실록지리지 등에 비슷한 내용이 보인다. 단군신앙은 역사적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이 통일된 후 빚어진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동질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조상이 필요했던 데서 강조됐던 것으로 이해된다. 대종교는 단군의 가르침이 수천년 동안 우리민족의 정신적 지주가 돼 왔다고 주장한다.
부여에서는 대천교(大天敎) 고구려에서는 경천교(敬天敎) 신라에서는 숭천교(崇天敎)라 하여 각가 이를 따랐으며 신라의 화랑도도 이 흐름을 이은 것이다. 또 발해에서는 진종교(眞倧敎) 만주에서는 주신교(主神敎), 고려에서는 왕검교(王儉敎)라고 하는 등 이름은 시대에 따라 달리했지만 교맥(敎脈)은 하나로 계승돼 왔다는 것이다.
대종교에서는 부여의 영고(迎鼓), 예맥의 무천(舞天), 마한 변한의 계음(戒飮), 고구려의 동맹(東盟), 백제의 교천(敎天) 등 제천행사들도 모두 단군이 나라를 세운 개천절(開天節)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것으로 해석한다. 즉 개천절을 국민 대단합의 계기로 삼기 위해 춤과 노래 각종경기 등 대축제를 벌였다는 것이다. 단군에 대한 신앙이 퇴조하게 된 것은 고려 후기에 원나라의 영향하에 들어가면서였다.
민족의식이 흐려지고 외래 문물이 급속히 유입됨에 따라 단군숭배가 사라지고 일부 신비파 선사(仙師)들에 의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다. 700여년간 복류(伏流)하던 단군신앙이 다시 부상하게 된 것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국권과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웠던 1909년이었다. 홍암 대종사(弘巖 大宗師) 나철(羅喆)선생(1863~1916)이 민족얼을 되찾고 하나로 결집시키는 구심점으로 단군신앙을 복원시켜 단군교(檀君敎)란 이름으로 공포하니 이것이 대종교의 시작이었다.
대종교는 나철선생이 새로운 종교를 만든 것이 아니라 복원시켰다는 의미에서 “창시”가 아니라 중광(重光)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나철선생은 본명이 나인영(羅寅永)으로 전남 보성 출신이며 29세때 문과에 장원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이 심해지자 관직을 사임하고 1904년 호남지방의 지사들을 중심으로 유신회(維新會)라는 비밀결사를 만들어 구국활동을 시작한다.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이에 격분한 나철선생은 50여명의 동지들과 함께 결사대를 조직하여 매국(賣國) 대신(大臣)들의 암살을 기도했지만 사전에 탄로되는 바람에 체포돼 전남 무안군 지도(智島)로 유배 당했다. 1907년 10월 고종황제의 특명으로 풀려난 나철 선생은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외교적인 방법으로 구국 활동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나철 선생은 1909년 정월 보름날 서울 재동에서 오기호, 이기, 유근 등 수십명의 동지들과 함께 단군교 포명서를 선포했다. 단군교는 이듬 해 교명을 대종교로 바꾸었으며 단군이 나라를 세운 개천절과 하늘로 올라간 어천절(음력 3월 15일)을 제정하고 우리민족 고유의 제천의식인 선(禪)의식을 복원했다. 여기서 종(倧)은 “한얼사람”이란 뜻으로 한임(桓因:환인) 한웅(桓雄:환웅) 한검(桓儉:환검)이 혼연일체로 되어 있는 존재를 말한다.
대종교의 교리 중 핵심을 이루는 삼일신(三一神) 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우주와 세상만물을 창조한 조화주(造化主)인 한님과 인간세상에 내려와 만백성을 가르친 치화주(治化主)인 한검은 한몸의 세부분이라는 것이다. 또 이같은 사상은 원(圓), 방(方:네모), 각(角:삼각형)의 삼위일체로 표현된다.
만주를 순방하며 교단을 지도하던 나철 선생은 1916년 8월 제자들과 함께 단군이 하늘로 올라간 구월산 삼성사로 들어가 기도를 올리던 중 폐기법(閉氣法)을 사용하여 세상을 떠났다. 이후 참성단 제천의 전통은 오랫동안 전승돼 내려왔고 대종교 중광 이후의 나철 선생이 이 곳에서 제천 의식을 올림으로써 상징성이 더욱 높아졌으며 1948년 정부수립 후 첫 번째 개천절 행사가 서울과 이 곳에서 동시에 거행되면서 주목을 받게 되고 이 후 전국체전의 성화가 이 곳에서 채화되는 등 민족의 성지로 인식되고 있다.
/이존한(한국화가·호산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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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5-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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