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5월 19일 13시27분
밀양 ‘영남루’ 편액을 쓴 성파 하동주
추사체의 대가로, 람곡 하수정작가의 고조부
60여년 만에 국보로 재지정된 경상남도 밀양 영남루(嶺南樓) 국보 승격 기념행사가 지난 8일 현지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영남루’ 편액을 쓴 성파 하동주(星坡 河東州. 1879∼1944)선생은 람곡 하수정(서예가, 문인화가)의 고조부이다. 편집자 주
본루 정면에는 그가 쓴 ‘밀양루(嶺南樓)’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이는 그가 1931년 가을에 썼다. ‘신미 추 성파 하동주(辛未秋星坡河東州)’라는 낙관 글씨로, 신미년은 1931년이다.
그는 추사 김정희의 제자였던 아버지 하제봉으로부터 추사체를 전수받은 진주의 대표 서예가였다. 추사 김정희의 전예 서법을 전파했다. 1869년 경상남도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에서 출생, 이후 거제시 거제면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서, 주로 경남 지방에서 장성(長成) 활동하시다가 50대 중반에 진주로 나아가 서예대가로 명성을 얻었다. 아버지 하지호로부터 서예를 익히고 추사서첩을 입수받아 추사체로써 일가를 이룬, 영남의 서예대가이자 거제시의 대표적인 서예가이다.
선생은 추사체의 행서(行書)에 주력, 경지에 올랐다. 일생을 거제시와 진주시 인근지역에서 주로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했다.
진주지역의 서예가로 활동한 은초 정명수와 도연 김정에게 추사체를 전수, 지금까지 그 서맥(書脈)이 이어지고 있다. 추사체의 맥을 이은 전통서예가로서, 추사체 특유의 강직함을 잘 살려 신(神)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진주지역을 비롯한 고미술가에서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서예사(書藝史)에 있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서법인 추사체의 맥을 잇게 한 서예가로, 후세에 추사체 행서의 모범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양산의 ‘통도사(通度寺)’, 고성 옥천사의 ‘백련암(白蓮庵)’, 부산 범어사의 ‘종루(鐘樓)’와 ‘관음전(觀音殿)’, 통영 용화사의 ‘용화전(龍華殿)’, 진주의 ‘월아산청곡사(月牙山靑谷寺, 촉석루)’, 밀양 ‘영남루(嶺南樓)’와 ‘아랑사(阿娘祠)’ 편액, 범어사 통도사 극락암의 ‘원광(圓光)’, 진주 의곡사의 ‘대흥루’ , 함양 구천서원의 ‘은성재(恩成齋)’, 합천 신천서당 ‘류하정사(柳下精舍)’ 등이 있다.
1989년 11월 18일 사곡 삼거리 공원에 묵적비를 세웠다.
그는 람곡 하수정 선생의 고조부이다. 그는 성파 선생과 강암 송성용(剛庵 宋成鏞,1913-1999)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하며 이어온 필선으로 글을 쓰고, 시적이고 우아한 자연의 모습을 화면에 나타낸다.
영남루엔 여러 편액이 남아 있다. 마당 쪽으로 ‘영남루’와 좌우로 ‘교남명루(嶠南名樓)’와 ‘강좌웅부’(江左雄府)라고 쓴 편액이 걸려 있다.
‘영남루’(嶺南樓)란 현판은 송하(松下) 조윤형(曺允亨)이 쓴 것이고, ‘교남명루’와 ‘강좌웅부’란 글씨는 귤산(橘山) 이유원(李裕元)이 쓴 것이라고 한다. ‘교남명루’는 문경새재 이남의 이름 높은 누각이란 뜻인데, 교남지방이란 경상남북도를 통틀어 말한다. 그리고 ‘강좌웅부’는 낙동강 왼쪽의 아름다운 고을이란 뜻이다.
누각에는 퇴계 이황, 목은 이색, 문익점 선생 등 당대의 명필가들의 시문 현판이 많이 걸려 있다. 그 가운데는 당시 이인재 부사의 아들 이증석(11세)과 이현석(7세) 형제가 쓴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와 ‘영남루(嶺南樓)’ 현판이 눈길을 끈다.
누각 천장에 모두 11마리의 용이 새겨져 있는데, 용은 용포나 용좌 등에 사용될 때 최고권력자를 의미하기도 하며 누각에서는 사방의 잡귀를 막는 역할을 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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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5-2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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