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우리 삶 속의 불교문화
구한말의 선교사 헐버트(Homer B. Hulbert)는 “한국인들은 불교적으로 사고하고 유교적으로 생활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무당을 찾아간다.”라며 한국인의 의식속에 흐르는 불교와 유교, 무교를 매우 흥미롭고 통찰력 있게 설명했다.
5월 15일은 ‘부처님 오신날’이다. 1975년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었으며 석가탄신일로 불렸으나 2018년 공식명칭이 바뀌었다. 산스크리트어‘Buddha’에서 유래한 ‘부처’는 고려시대 균여대사가 ‘불체(부톄)’라 기록하였고, 이것이 현재의 ‘부처’가 되었다.
372년 중국을 통해 전해진 불교(佛敎)는 신라와 고려시대가 전성기였으며 조선시대의 숭유억불(抑佛崇儒), 전란때 승병의 활약, 일제의 통제, 해방 후 세력 약화 등 삼국시대 이후 우리 민족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 민중의 한과 아픔을 승화시키는 매개로서, 나라와 민족을 구하는 호국의 의지로서 유형적 유산과 정신적 유산을 많이 남겼다.
유형문화유산으로는 석굴암, 불국사, 석가탑, 다보탑, 직지심체요절 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연등회, 영산재 등의 무형문화재가 있다.
지난 4월 열린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MZ세대를 사로잡은 ‘뉴진스님’의 EDM 찬불가와 꽃스님이 화제가 되었다. 조계종에서는 결혼·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인기 TV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본따 ‘나는 절로’를 운영해 젊은 세대에 인기를 끌기도 했다.
생활속 불교문화를 살펴보면 서울시 은평구의 불광동은 불광사(佛光寺)에서 유래되었다. 인생의 고뇌, 불행의 원인은 밝지 않기 때문에 ‘부처의 법으로 깨우치는 것이 광명’이라는 의미다.
지하철역에도 봉은교역이 있는데 봉은사(奉恩寺) 옆의 다리에서 따온 명칭으로 봉은사는 794년 신라 시대에 창건되었고 49재는 사람이 죽은 뒤 49일째에 치르는 불교식 제사 의례이다.
일상적인 용어중에서도 ‘나락에 빠지다’의 나락은 지옥을 의미하며 ‘명복을 빌다’는 저승에서 받는 복으로 종교를 떠나서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다. ‘다반사(茶飯事)’는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로, 흔하게 있는 일이란 의미다.
대중문화와 관련된 불교용어를 살펴보면‘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드라마는 생이 반복된다는 생각을 전제로 나온 윤회사상에서 나온 표현이며 뉴스에서 등장하는 ‘아비규환’은 아비지옥+규환지옥을 가리킨다. 만다라,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달마야 놀자, 신과 함께-죄와 벌 등의 불교와 관련된 영화도 있다.
가끔은 일상을 떠나 산사(山寺)의 고즈넉함을 즐기고, 범종소리에 아름다움을 느끼며, 합장을 하는 것도 종교를 떠나 해탈(解脫)에 이르는 또다른 길이 아닌가 싶다.
/오승옥(마을활동가 관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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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5-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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