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5월 12일 14시14분
[월요아침]호남 야도(野道)의 야성(野性) 어디로 갔는가
과연 그런 것인가, 아니다. 항상 호남에는 평야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호남의 호(湖)는 저수지이며, 저수지는 평야지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담수호이다. 호남평야의 주체는 농민이다. 농민들의 본성에는 민주, 평등, 혁신 3요소가 근본이다. 이 세 요소가 깃든 평야지대 사람들의 기질을 야성(野性)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평야가 가장 넓게 조성된 지대가 전라북도 서부지역이다. 그렇다면 전라북도 서부 평야지대가 야도(野道)의 중심이다. 평야지대 농민들의 야성은 거칠고, 억세고, 제 잘난 멋대로 산다는 등의 말에 비유한다. 그건 농민들의 본능과 본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호남인들은 본능적으로 민주, 평등, 혁신의 성향이 강한 평야지대 농민들이다. 호남비하는 전북도민의 수준높은 민주의식에 대하여 타 도민의 열등의식이 비하 발언으로 왜곡 표현된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전북도민이 부럽다는 뜻이다. 정치권의 ‘호남팔이’는 전북인의 선진민주의식에 질투와 시샘이 뒤섞여 있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전북도민들은 야도의 야성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총선과 대선에서도 항상 그랬다. 몇가지 사례는 첫째로 더불어민주당 전주 완산을 경선에 뛰어 든 이성윤 후보가 경선 출마 선언 1주일만에 과반을 득표하여 결선없이 후보로 확정된 것이다. 이성윤 후보는 검찰독재 투쟁을 선언하고 강한 야성을 드러냈었다. 둘째는 더불어민주당 전주 덕진구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가 선거 구호로 “지금은 싸워야 할 때”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선명 야성으로 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되었다. 세 번째는 조국혁신당이 창당한지 39일만에 전라북도 득표율에서 민주당보다 앞선 45.53퍼센트를 받아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정권 조기 종식과 3년은 너무 길다는 야성 선거 구호에 전북도민들이 반응한 것이다. 이 반응은 전북에서 민주당이 말뚝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오만에 엘로카드를 내민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지역구 후보를 공천한다면 민주당은 안심할 수 없다. 전북도민은 민주당의 볼모가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묻지마몰표로 민주당 후보가 전원 당선이 되었다고 언론이 거든다. 묻지마몰표 또한 전북인 비하 발언이다. 전북도민들은 최선의 선택지가 없기에 차선으로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한 것이지, 다음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야성의 후보를 낸다면 조국혁신당 지지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은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드러났다. 1970년대 이철승, 손주항 등 민주투사들이 호남의 야성을 지켜왔는데, 1980년대 김대중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에 호남의 야성이 광주, 전남지역으로 중심 이동이 이뤄졌다. 1894년 갑오농민혁명은 정읍 고창 부안 김제 등 전북 평야지대에서 발발하여 민주개혁의 정통성이 전북에 있었음을 증명한다. 갑오농민혁명은 전북이 야도의 본향 임을 상징한다. 광주 전남에 야성을 빼앗긴 뒤 전북의 야성은 사라지고 열등의식에 사로 잡혀있다. 야성 회복은 정치인들이 앞장 서야 한다.
전북특자도의 발전은 국회의원들의 야성과 직결된다. 전북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전북특자도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도 야성에 달려있다. 22대 총선에서 거의 단수공천을 받아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과연 야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전북정치인들은 70년대에 박정희독재정권과 80년대에 전두환군사정권과 싸웠던 야성이 있었다. 그래서 전북을 야도라고 불렀다. 야도의 야성을 잃어버린지 40여년이 지나면서 국회의원들은 정치를 직업으로 국회에 출퇴근하는 샐러리맨으로 살고 있지 않는지, 호남 야도의 야성은 곧 호남 정신과 기질을 말한다.
1894년 정읍 고창 부안에서 일어난 갑오농민혁명은 1980년대 광주에서 발생한 5.18민주화운동과 역사적 가치와 위상에서 차원이 다르다. 5.11갑오농민혁명 기념식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국가보훈처가 주최한다. 그러나 갑오농민혁명 기념식은 국가지정 기념일인데 고부에서 초라하게 거행되고,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망월동 묘역에서 성대하게 거행된다. 기념식의 차이는 곧 정치적 역량 차이다. 갑오농민정신이 곧 호남정신이다. 전북 국회의원들은 갑오농민정신을 아로새겨 야성을 살려내고 갑오농민혁명의 역사적 위상을 바로 세워 야도를 복원하기 바란다. 정치는 생물이다. 4년 후 총선에서 전북도민들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가운데 어느 당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비하라.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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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5-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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