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민중들의 한과 슬픔을 풀어낸 노래- 새야 새야 파랑새야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을 상징하는 노래나 음악이 있다. 해태타이거즈를 기억한다면 ‘목포의 눈물’ 이란 노래를 알고 있을 것이다.
1935년 세상에 나와 전라도 사람들의 애환을 대변하며 애창되고 있는 노래이다. 중년이라면 많이 불러봤을 대전블루스, 부산갈매기 등 지역을 상징하는 노래들이 애창되고 있다.
그렇다면 전북을 상징하는 노래는 뭐가 있을까?
필자는 어린 시절 할머니 품에 안겨 들었던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떠 올렸다.
마침 5월 11일은 황토현 전승일이자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동학기념일이어서 더욱 그렇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불려지던 전래 민요로 지역마다 음이나 가락이 조금씩 다르다. 일제에 의해 금지되기도 했고 아이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수수한 가락의 노래로 자장가로도 쓰였으며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렸다.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사라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1855년 12월 3일 태어난 전봉준은 어린 시절 키가 작아 ‘녹두장군’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노래에 나오는 ‘녹두밭’은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을 상징하며, 파랑새는 1894년 당시 일본군이 푸른색 군복을 입어 일본군을 뜻한다. 청포장수는 농민군의 승리를 소망하는 민중들을 가리킨다.
이 노래는 동요이기도 한데, 아이들의 입을 빌린 어른의 동요라고도 볼 수도 있고 현대에 와서는 조수미, 김소현, 포레스텔라 같은 성악가와 가수들이 부르기도 했다.
이 노래는 또 만가(輓歌)다. 만가는 죽은 이를 애도하는 노래로, 상여를 메고 가면서 부르는 구슬픈 소리를 말한다. 농민군의 아내들이 전사한 남편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울부짖으며 불렀던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다.
또한 동학농민군들은 진군할 때 아래의 노래를 불렀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 병신 되면 못 가리’
갑오년인 1894년에 혁명을 완수하자는 외침으로 미적이다가 때를 놓쳐 을미년(1895년)을 보내 병신년(1896년)이 되면 혁명이 실패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을미년 이후 일본군에 밀려 농민군이 패배한 게 못내 안타까워 농민들은 그렇게 ‘가보세(甲午歲)’를 외쳤던 것이다.
프랑스의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는 본래 프랑스 혁명 시기의 혁명가였고 프랑스 제5공화국의 국가로 채택된 동시에 프랑스군의 군가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으로 치면 독립군가가 국가가 된 셈이다.
녹두장군 전봉준의 꿈이 이뤄지지 못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자, 당시 민중들의 한과 슬픔을 노래로 풀어 낸 ‘새야 새야 파랑새야’.
100년도 넘은 노래지만 2024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노래가 아닌가 싶다.
/오승옥(마을활동가 관광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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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5-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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