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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5월 02일 14시37분

문화재아웃리치연구소, ‘어이~ 유생(儒生)! 유생(乳生)!’ 사업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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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가르침과 향사를 베풀었던 향교의 본질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다음 세대에 전승하기 위하여 향교·서원 활용사업을 지자체 및 기초지자체와 함께 주최하고 있다.

이에 문화재아웃리치연구소는 문화재청의 향교·서원 활용사업에 임실 향교를 대상으로 '어이~ 유생(儒生)! 유생(乳生)!'이란 사업명으로 제안, 선정되어 3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향교의 ‘향(鄕)’은 서울을 제외한 행정구역을, ‘교(校)’는 가르침을 베푸는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지방의 공립 학교를 말한다. 조선 시대의 향교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329개소의 향교와 2개소의 성균관이, '여지도서'는 327개소의 향교와 개성과 한양에 2개소의 성균관이 있었다고 기록됐다.1918년의 조사에서는 335개소로 기록됐다.

향교는 유학을 바탕으로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가르치는, 즉 인간의 도리를 가르치는 교육의 장이었고, 그 가르침의 근본을 공자의 학문에 두었으며 이 유학은 유교로까지 발전했다.

지난주 강원도 태백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과 인솔교사 20여명이 임실향교 활용사업의 숙박형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그 멀리서 임실향교까지 오게 되었는지 등등 궁금하여 취재를 나갔다.

프로그램은 유생복으로 환복 후 시작했다. 유생복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교복이다. 참가자들은 유생복으로 갈아입자 자세가 달라지는 듯하고, 향교 명륜당이라는 한옥 건물 안에 들어와 있는 것 자체가 신기롭다는 표정이었다.

첫 프로그램은 예원예술대학교 문화재보존학과 전경미교수로부터 '임실 역사문화의 이해'로 진행돼다.

임실의 간략한 역사를 설명하다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여기저기 한옥의 천정과 문을 바라보자 강사는 재빨리 우리 전통목조건축의 형태 및 가구법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의 선조들은 산에서 소나무를 베어 집을 지으면서도 나무의 생명을 끊은 것에 대한 미안함을 기둥으로 사용된 부재에는 소나무 줄기 색인 석간주 칠을 하고, 건물 상부의 부재로 사용된 나무에는 소나무 잎을 연상하는 녹색을 칠하여 표현하였다고 설명하니 모두 감탄했다. 그리고 임실의 진구사지 석등의 웅장함과 그것을 보면 이 사찰이 얼마나 컸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과 인도 간다라지역으로부터의 불상과 중국 불상, 우리나라 불상, 일본 불상들을 비교하면서 각 나라의 미적 감각이 다름을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자 임실 이병로 도예가의 지도로 백자 만드는 백토를 이용하여 꽃을 만들어 보는 체험인 '흙으로'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연꽃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이, 매우 간략하게 연꽃 봉오리를 표현한 이, 코스코스의 가녀림을 그대로 표현하기도 하고, 살아있는 장미처럼 표현하는 등 다양한 창작품이 2시간 내에 이루어졌다. 이병로 도예가는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나올지 몰랐다”면서 올해 사업이 종료될 즈음 도자 흙으로 피어난 꽃들은 임실향교 골목길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전북대학교 이선아 교수로부터 '향교와 서원 사이' 라는 향교와 서원의 ‘배움터’라는 동일성과 누구의 아래에서 무엇을 배우느냐의 학문적 다름에 대한 강의가 진행됐다. 우리 지역은 정치에 뜻을 버리고 낙향한 사람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으로, 예문의 전개가 넓었고, 개인이 운영하는 사학인 서원이 많았다는 설명과 그 어려운 퇴계 이황의 철학적 이론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또 우리에게 경천사상이 있었기에 윤동주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라는 시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페인에서 온 로드리게스(Rodrigues)는 “천원 지폐에 그려져 있는 분이 이러한 학자였는지 오늘 처음 알았는데, 태백에 돌아가서 배운 것을 한국어를 배우는 다른 친구들에게 알려줘야겠다”고 했다.

저녁 식사는 임실의 소문난 맛집으로부터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했다.

외국인들도 K-푸드 엄지척 하면서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하였다. 이후 임실향교선생안의 내용을 각색하여 참가자들이 연극으로 꾸미는 '오백년 은행나무 아래에서'가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전주에서 활동하는 연극인 이재학님께서 지도해 주셨다. 처음에 대본을 함께 큰소리로 읽어보는 것과 발성하는 법, 그리고 각자 맡은 역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를 배웠다. 물론 외국인들은 그 뜻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대본 가운데 향교에 배향된 공자 안자 증자 자사자 맹자 5성을 외우는 부분은 확실하게 따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들은 마치 자기들이 배우인 듯 몰입하여 연기를 하였다. 지도를 해 주신 이재학 연극인도 모두 재능이 있다고 했다.

'어이~ 유생! 유생!'을 제안한 전경미교수는 “이 대본을 좀 더 수정, 임실 지역성을 띤 아주 짧은 임실판소리 한마당을 만들어 무대에 올려보기 위한 시도이고 이 판소리 한마당을 여러 차례 수정, 완성하여 임실치즈축제, 산타 축제 등에 올려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튿날, 향교 골목길도 걸어보고 2019년부터 시작한 도자타일 전시대와 22년 임실 동중학교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서 도자타일로 표현한 ‘임실고지도’를 보면서 향교를 기점으로 다시 골목길을 걸어보는 자유 산책 시간을 가졌다.

이후 임실 치즈마을로 이동, 처음으로 우리나라 임실에서 치즈가 만들어졌던 동기와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 등등의 설명을 듣고 치즈만들기 체험을 했다.

프로그램이 끝나자 네덜란드에서 한국에 온 3년차 Abraham은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인데 한국의 건축인 ‘한옥’과 고운 백자를 만드는 흙으로 꽃도 만들어 보고 임실에 낙향한 선비들이 지역사람을 가르치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서원을 건립하였다는 설명, 그리고 치즈 체험까지 한국문화를 이해하는데 더 없이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했다.

아브라함에게 네덜란드의 전 수상 아브라함 카이퍼와 친척이 되느냐고 묻자 ‘가장 존경하는 분’이라고 답했다.

임실향교 활용은 문화재청과 전라북도청, 임실군의 지원으로 (재)문화재아웃리치연구소에서 『어이~ 유생(儒生)! 유생(乳生)!』사업명으로 진행한다.

'어이~ 유생(儒生)! 유생(乳生)!'은 호격조사 ‘어이’라고 유생(儒生)을 불러 우유에서 나오는(乳生) 치즈 체험을 하러 임실에 오라는 의도를 지니도록 작명했다. 이 사업 안에는 대표 프로그램인 숙박형의 '어이~ 유생! 유생!'이 있고,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체험허는 '지천년이라네', 기후환경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힘을 키우는 '매력적인 임실향교',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린 임실향교의 배움터 '유생의 뜰'이라는 작은 프로그램이 있다. 11월 말까지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하여 참가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대표 프로그램은 신청 마감됐다고 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는 (재)문화재아웃리치연구소 문화재활용사업단 063-243-3274, 홈페이지 www.ch-outreach.kr/ 로 하면 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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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5-0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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