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5월 02일 10시27분
아이에게도 어른들이 생각지 못한 계획이 있다
‘공부 끝내고/어서 자!//엄마 BTS 봐야 돼!(‘잔소리 엄마’전문)'
아이는 BTS 볼 생각에 꼼짝하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 엄마의 어서 자라는 말이 떨어진다. 엄마의 무서운 잔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BTS 봐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에게도 어른들이 생각지 못한 계획이 있다.
‘오늘은 구름이 포도처럼 몽글몽글/갑자기 포도구름 한 송이가 획!//-언니, 저기 포도구름 한 송이가 획! 날아갔어/-응, 포도구름? 포도구름이 뭐야./얼른 가야 해. 엄마한테 혼나//포도구름 두고 심부름 봉투를 들고서/언니 손잡고 나란히 걸어간다(‘포도구름’전문)'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아이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해주지 못한다. 심부름을 가면서 본 하늘에 있는 포도송이 구름을 보면서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엄마에게 단단히 들은 주의를 잊지 않고 동생의 손을 잡고 가는 언니가 안타깝다.
‘2022년 6월 어느 날/햄스터가 내게로 왔다//2023년 1월/늙었지만 건강했다//2023년 6월 27일/해씨별로 놀러갔다(‘처음 본 날’전문)'
즐겁고 행복한 일은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슬픈 일은 자세히 기억한다.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라는 말이 있듯이 집에 기르는 작은 애완동물이어도 떠난 슬픔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꼬르륵 꼬르륵/한밤중에 배가 고파온다//가족 몰래 먹는 라면!/한 번 몰래 끓여보자!//바스락 바스락 소리도 무섭다/부글부글 물이 끓는다//꼬불꼬불 면/짭쪼롬한 스프를 물에 넣자!//맛있는 냄새에/방에서 가족들이 다 나와버렸다//안 돼. 내 라면/하하 호호 후루룩 짭짭//한 숟갈씩 나눠먹는/밤의 행복!(‘라면’전문)'
밤에 찾아 온 출출함에 라면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가족 몰래 라면을 먹어 볼 요량으로 숨죽여 라면을 끓여보지만 진동하는 냄새는 감출수도 숨길수도 없다. 라면 냄새를 따라 나와 나온 가족들과 한 숟갈씩 나눠먹지만 행복하다.
‘올라갈 때는 등산가처럼/내려올 때는 공처럼//오뚝이처럼 일어서서/다시 올라 간다(‘미끄럼틀’전문)'
‘미끄럼틀’은 아이가 놀이터에서 얼마나 신나게 노는지 훤히 보인다. 잘 노는 아이는 건강하다. 가끔 공부에 압박감을 느끼는 아이들, 친구와의 잘못된 관계, 게임에 빠진 아이의 참으로 안타까운 뉴스가 나온다. 아이들이 좀 더 건강하게 잘 놀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토끼가 날아다니는 동시 숲’을 김혜옥 송천나눔 지역아동센터 시설장은 “세상은 숲처럼 정말 많은 식물과 동물들이 공생하는 세상, 사람들과 함께한 세상을 엿 볼 수 있는 곳” , 김남규 전 송천나눔 지역아동센 대표는 “아이들의 생활, 친구, 가족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동시집을 통하여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지은이는 아동복지교사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지은책으로 환경동화 '토끼의 후예'(책고래), 그림책 '깜장미르'(신아), 동시집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공저/청개구리)를 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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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5-0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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