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발걸음]자녀의 효행과 상속제도
효도는 아들과 딸의 구분은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아버지 중심의 부계사회이기 때문에 직계가족에는 아버지가 가장이 되고 아들이 그 후계자가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가족구조는 아버지와 아들을 연결하는 수직선을 중심으로 상하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상하관계란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것으로 아버지가 연령으로나 출생의 순서등에 있어서 아들보다 높은 지위에 있게 된다.
특히 아들은 아버지에게서 출생하였다는 보은관계에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상하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구조 안에서는 부자관계가 가장 중요하고 기타 부부관계나 형제관계 등은 모두 이에 종속되는 낮은 지위에 있게 된다. 가부장제 가족 안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아들로서 가장의 후계자로서 가부장에 종속된다.
자기를 낳아준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효’이다. 앞서 말한 효경, 예기, 맹자, 소학, 동몽선습, 명심보감 그리고 율곡의 격몽요결 등에 의하면 부자 관계는 부자유친(父子有親) 부자이자효(父慈而子孝) 부자자효(父慈子孝) 사친(事親) 등으로 나타나 인륜적 질서와 효도로써 부모섬길 것을 가르쳤다. 그러기에 명심보감에서는 “아비는 아들의 덕을 말하지 않고 아들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고 하고 또 “그 아비를 알고 싶으면 그 아들을 보라”고 한 것이다.
효도는 부모가 살아계실 때 정성껏 모시는 것 뿐만 아니라 사망한 뒤에도 극진히 제사를 모시는 것 등을 포함한다. 부모가 사망한 뒤 3년상 기간에 여막생활을 하는 일은 효성이 지극한 아들이면 흔히 따랐던 관습이었다. 즉 상복을 입는 3년동안 부모의 무덤 옆에다 여막이라고 불리는 임시 거처로서의 움막을 지어 생명을 부지할 만큼 최소한의 음식만을 들면서 매일 상을 올리고 곡을 하면서 생활하는 것이다.
이 여막살이를 하는 기간에는 일체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 아들은 아버지에 대하여 언행에 있어 최대의 존경을 표시하여야 하고 부모생전의 시중과 부양은 물론 사후에 상례와 제례를 주관하게 된다. 이같은 아들의 아버지에 대한 관계는 보은의 인륜에 기초를 둔 효도를 통하여 굳건하여지고 집안의 계승으로 존속되어 집안의 어떤 관계보다도 상위에 놓이게 된다.
특히 집안을 계승할 의무가 장남에게 책임지워져 있으므로 형과 아우와의 관계도 상하관계를 가지게 된다. 조선시대의 상속제도는 재산상속과 제사상속이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제사상속은 적장자를 원칙으로 하고 후계자가 없으면 차자나 삼자를 택하고 없으면 양첩자(良妾子) 천첩자(賤妾子)의 순으로 상속하였다.
또한 재산상속은 공동균분 분할 방식을 원칙으로 하여 호주상속 또는 재산상속을 받는 사람도 재산을 단독 상속받지 못하였고 부모의 유산을 자녀가 분량은 달라도 각각 분배받았다. 이 경우 여자는 상속에서 제외되었다. 이 때의 비율도 장남은 다른 아들이 둘 이상일 경우 반을 가지고 하나일 경우는 3분의 2를 가졌다. 여자에게 상속권이 없었다고 하지만 당시로서는 또한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이는 삼종지도(三從之道)에 따른 것이다.
처음에 남의 집 며느리로 들어가서 갖은고생 다 하지만 결국 시어머니로부터 열쇠고리를 물려받는 날 그 집 재산은 모두 다 그 주부의 것이 된다. 민법시행 후에는 처나 딸의 권리가 신장되어 상속분이 장남이나 아들들과 평등하게 분배됨에 따라 상속제도는 본질적으로 공동상속 또는 균등상속의 형태를 취하였고 다만 호주상속을 동시에 하는 경우 5할을 가산하여 주고 처의 상속분은 이와 같게 하였다. 출가하지 않은 딸에 대해서도 아들과 동등한 상속분을 받도록 하였다.
한편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양자를 맞아 이를 계승하게 했다. 오늘날의 양자제도도 그 근본은 변하지 않아 이성양자를 금하고 호주의 직계장남은 다른집에 양자로 가지 못하며 호주가 된 양자는 양자됨을 취소하지 못하고 사후양자와 유언양자 등이 가능하다는 등의 규정이 존속하고 있다. 내용이 달라진 것은 양부모에 대한 규정이 자유로워졌고 아들이 없을 경우에만 입양할 수 있다는 조건과 양자수에 대한 제한이 없어졌으며 호주상속 양자만을 동성동본으로 제약하였다.
또 입양할 때 호주의 동의나 부모의 동의가 필요없게 되었으며 서양자도 인정되었다. 딸은 성년기 곧 결혼 시기까지의 중요한 성장기를 부모의 지배하에서 보내며 신체적 발육, 심리적 성장 지식 섭취, 직업선택, 사회적 적응을 위한 노력의 토대가 가족의 테두리 속에서 구축된다. 딸 혹은 여성은 의존성, 수동성, 친절, 사회적 균형, 청결 등을 강조한다. 아들 혹은 남성은 신체적 공격성, 지배성, 독립성 등을 바람직한 가치로 보고 있다.
효를 부모의 자애로운 사랑에 대한 보은이라 할 때 효도하는 데에 아들과 딸의 구분은 있을 수 없다. 가계 계승자인 아들의 효도가 의무적인 복종과 봉사라고 한다면 출가외인의 처지에 있는 딸의 효도는 부모의 은혜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보답이라고 할 수 있다./이존한(한국화가·호산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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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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