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29일 15시01분
[경제와 미래]이재 황윤석과 실학
영조는 ‘재주가 많은 사람(多才者)’, 정조는 ‘문장을 갖춘 순실한 사람(文章之士, 淳實之人)’이라고 하였고, 그의 스승 김원행(金元行)은 ‘호남의 호걸지사(湖南豪傑之士)’, 이덕무(李德懋)는 ‘도학과 문장이 우뚝한 대유(大儒)’라고 평하였다. 이서구(李書九)는 ‘남쪽지방의 호걸(南土之傑)’, 홍직필(洪直弼)은 ‘근년의 호남선비 가운데 제일’이라고 평하였다.
이재가 호남 제일의 박물학적 실학자로 남긴 성취는 실로 다양하다. 이재는 시계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시계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시사(示唆)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것은 그의 실학적 특징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의 중농주의 시대에서 정확한 시간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농사를 짓는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재는 당시의 주역(周易)의 대가로 상수(象數)에 관심이 많았고 책력과 수학에 일가견이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자명종을 구경하고 사기 위하여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1746년 18세 때 정읍에 사는 상사 이언복(李彦復)의 집에서 자명종을 처음 본 후 염영서에게 5냥을 주고 구매하였으나 고장이 나서 야장(冶匠) 송귀백에게 수리하였다. 이때 이재는 36일 동안 자명종을 수리하는데 골몰하여 왼손 엄지와 검지에 굳은살이 생겨 아팠고 오른 손가락 또한 굳은살이 생겼다고 한다. 이재가 실학자로서 문제의식과 실험정신이 얼마나 투철하였는가를 알 수 있다.
고창 선운사 앞에는 지금도 자생차가 자라고 있다. 이 차와 관련하여 부안현감 이해운은 ｢부풍향차보(扶風鄕茶譜)｣를 남겼다. 이재는 이재난고에 ｢부부풍향차보(附扶風鄕茶譜)라는 이름으로 필사하여 수록하였다. 이재는 이 책을 단순히 필사만 한 것이 아니라 주석을 붙이고 의문이 나는 곳에는 설명을 부기하였다. 현재 이재가 남긴 기록만이 전하기 때문에 선운사 차의 종류와 채취법 및 제조법을 알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이다. 이재가 남긴 필사본은 번역되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부풍향차보(扶風鄕茶譜)｣의 제조법에 따라 시연(試演)을 하였다.
이재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에 무너진 국방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다. 그는 무기뿐만 아니라 호남에 산재한 국방 관련 시설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다. 이로인하여 그는 호남에 소재하고 있는 국방시설에 대하여 귀중한 기록을 남겨주었다. 이재는 대포와 조총의 중요성을 인지하였다. 이재는 금나라가 송나라를 정복하고 조선이 왜란과 호란의 전쟁에 패한 것은 포와 총 때문이라고 파악하였다. 이재는 임진왜란 때 대포를 잘 간수하지 못하여 전쟁에서 패하였고 병자호란 때에도 후금(청나라)의 홍의포(紅夷砲) 때문에 패배하였다고 여겼다. 이재는 전국의 성곽과 요새에 관심을 가지는 한편 호남지역과 관련 있는 성곽에 대하여 특히 관심이 많았다. 호남의 성곽으로 정읍(井邑)의 입암산성(笠巖山城), 무주(茂朱)의 적상산성(赤裳山城), 남원부성(南原府城), 담양(潭陽)의 금성산성(金城山城) 등을 언급하였다. 이 중에서 이재는 입암산성에 대하여 자신의 집과 30리 정도 떨어져 있어 잘 알고 있다. 이 성은 스스로를 지키는데 좋아도 적을 막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였다.
이상에서 이재는 호남이 낳은 박물학적 실학자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실생활을 개선하고자 하였다. 그가 자명종에 관심을 가진 것은 정확한 시간을 확보하여 실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실학적 노력이었고, ｢부풍향차보｣를 필사하고 주석을 붙인 것은 일상생활에서 차를 제조하여 향유할 수 있는 방안을 탐구한 실학적 노력이었으며, 무기와 성곽에 대한 관심은 국방과 안전에 대한 실학자의 우국애민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재 황윤석은 조선 후기에 중국과 서양으로부터 유입된 문물과 서적을 통하여 세상의 변화와 추세를 감지하여 다방면의 학문을 섭렵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대응하고자 한 박물학적 실학자였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 더욱 연구되어 널리 선양되어야 할 것이다. /오세환(고창군의원·고창교육지원청 거버넌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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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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