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정성학 - 2024년 04월 28일 15시01분
특례권 주면 뭐하나… 돈이 없는데
-특별자치제 빛좋은 개살구 전락 우려-과세권 부여커녕 특별회계조차 없어
-지속적 재정난에 특례권 제대로 못써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지 100일(4.26)을 맞았다. 올 12월 그 특별법 개정안 시행과 함께 대폭 강화된 자치권, 특히 각종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특례권도 본격 이양된다.
특별자치도란 이름에 걸맞게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과세자주권 보장은커녕 특별회계조차 없다보니 재원 확보 방안은 난제 중 난제로 꼽힌다.
재원 없는 특례권, 제대로 써먹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특별 지방자치 제도가 도입된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전북은 물론 그 첫발을 뗀 제주조차 여전히 살림살이용 재원은 중앙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적인 세목 신설이나 세율 조정 등을 가능하게 할 과세자주권을 보장받지 못한 결과다.
단, 제주와 세종은 그 대안으로 보통교부세 특례와 지역균형발전회계상 별도의 계정이 설치돼 그나마 재원 지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다.
제주의 경우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서귀포시와 남제주군 등 기초 자치단체가 모두 사라지면서 재정 지원액이 줄어드는 부작용에 대한 보완조치 필요성, 세종의 경우 반대로 공주시와 청원군 등 주변 기초 자치단체 일부가 편입되면서 재정 수요가 늘어난데 따른 보완 필요성이 고려됐다.
이 가운데 무조건 보통교부세 총액의 3%를 정률로 지원받는 제주의 경우 특별자치도 출범 직후인 2007년 5,885억원, 2017년 1조1,252억원, 2023년은 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해마다 3,000억원 안팎의 균형발전회계 또한 별도로 지원된다. 자연스레 재정 자립도와 자주도 또한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전북은 보통교부세 특례 자체가 없다. 지역균형발전회계 또한 그 설치근거만 특별법에 담아냈을뿐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내지는 못한 상태다. 강원 또한 마찬가지다.
두 지방의 경우 제주나 세종과 같은 ‘특별한 명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분 없는 지원은 자칫 타 지방과의 형평성 시비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그만큼 재정 자립은 쉽지않은 과제로 떠올랐다.
이렇다보니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된 특별자치도란 이름을 무색하게 그 살림살이는 계속 중앙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진단이다. 자칫 지속적인 재정난 속에 특례권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17일 간행한 ‘이슈와 논점(특별자치도·특별자치시 성공을 위한 재정특례 방안)’을 통해 그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연구진은 “특별자치도·시가 고도의 자치권을 행사하려면 재정자립 기반이 필요한데 현재와 같은 재정구조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중앙정부 재원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주민의 조세 부담과 지방자치단체간 형평성 등을 종합 고려해 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론 사용료와 수수료 요율 현실화를 통한 세외수입 확충이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재원 발굴이 가능하도록 재정특례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장기적으론 과세자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전북자치도는 올 연말 시작될 자치권 이양, 즉 전북특별법 제1차 개정안 시행에 맞춰 곧바로 재원확충 방안 등이 포함된 제2차 개정작업을 추진하겠다며 각계 의견수렴이 한창이다.
김관영 도지사는 다음달 3일 청년 100명을 초청한 가운데 특별자치도 출범 100일 기념 토크 콘서트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할 계획이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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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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