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28일 14시37분
[온누리]탕후루와 라바삭
이 간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얼마 안 되지만 그 역사는 길다. 요나라를 세운 거란족들이 먹던 게 북송으로 유입돼 전해졌다고 한다. 몽골계 유목민인 거란족들은 썩기 쉬운 과일을 보존하기 위해 엿을 발라 말리거나 얼려 먹었는데 이것이 탕후루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한편, 송나라 광종의 후궁인 황귀비가 몸이 허약해 고생하다가 산사 열매와 설탕을 달여 먹고 나아서 유래했다고 주장도 있다. 후궁의 완쾌 소식을 들은 백성들이 산사를 꼬챙이에 꿰어 설탕을 발라 먹었는데 이게 탕후루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어찌 시작되었건 과당이 없는 산사에 설탕을 발라 달콤새콤한 간식으로 발전시킨 것은 분명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탕후루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나 볼 수 있는 간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2020년대 들어 일반화됐다. 전문점이 생기는가 하면, 프랜차이즈 영업도 활발해졌다. 2023년 2월 50여 개 점포를 갖고 있던 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5개월 만에 300여 개로 늘어나기도 했다.
한국화에도 성공했다. 산사 열매를 먹지 않기에 대신 다양한 과일로 우리만의 탕후루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외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간식으로 인식됐다. 일종의 k푸드로 받아들인 것이다. 중국인들에게는 불쾌할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은 도둑이라며 비난하기까지 한다.
창업 비용이 적게 들고, 상대적으로 이익이 많아 탕후루 점포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그만큼 폐업도 많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탕후루에서 흘러내리는 설탕물이 길거리를 덮고 신발에 달라붙자 주민들이 나서 불매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민 간식 붕어빵이 건재한 것에 비하면 탕후루의 생명은 순간인 듯하다.
최근 새로운 간식이 등장해 탕후루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란의 ‘라바삭’이 그 주인공이다. 이란에서 많이 나는 석류나 자두, 체리 등 단맛과 신맛이 어우러진 과일 껍질을 설탕이나 레몬즙을 넣고 졸인 다음 말리는데 취향에 따라 향신료를 추가하기도 한다.
딱딱해서 보기에는 육포 같지만, 입에 물면 새콤달콤해 반전의 매력이 있다고 한다. 페르시아어로 ‘과일 가죽’이라는 뜻의 생소한 라바삭이 탕후루를 밀어내고, 간식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또 붕어빵처럼 앞으로도 계속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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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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