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4월 28일 13시27분
[사설] 전주 낙수정 범종, 후백제 때 만들어졌다
전주시 학술대회서 제기땅속에 묻혔던 것으로 보여
고려시대 초기에 만든 것으로 여겨졌던 전주 낙수정 출토 범종이 이보다 앞선 후백제 시기에 제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주시와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 후백제학회는 26일 전주역사박물관 강당에서 '후백제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제로 2024년 상반기 후백제 역사문화 공동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학술대회는 전주에 도읍을 뒀던 후백제의 독창적 문화유산을 논의하고, 구체적 연구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마련됐다.
차인국 조선문화유산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영민 전라문화유산연구원 연구위원, 이동희 인제대학교 교수, 정성권 단국대학교 교수, 진정환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정상기 후백제학회장이 주제 발표에 나섰다.
‘낙수정 범종의 조성과 유전(流傳)’이란 주제로 발표한 진정환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보물로 지정된 전주 낙수정 범종의 특징을 통해 후백제시기에 제작된 것을 밝혀내고 범종이 출토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낙수정 범종과 관련된 근대 기록물을 정리해 발표했다.
원래 전주시 낙수정 일대(군경묘지 근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 종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일본으로 반출됐다. 후쿠오카현 수성원에 있던 이 종을 소유하게 된 다카하라 히미코 여사(高原 日美子)가 여인이 한국 종 1구를 기증하고 싶다고 해서 1999년 11월 5일 이 동종은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 동종은 고려 범종으로 불리우다가 일제강점기 당시 전주면(全州面, 1914년부터 1931년까지 전주시 공식 이름)에 살던 박아무개가 자신 소유 낙수정(樂壽亭) 수리를 하다가 땅 속에서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원 소재지였던 전주에 있는 전주박물관에 소장하게 되고 2001년 보물 제1325호로 지정됐다.
이 동종이 발견된 곳에서 1909년에 '開元寺'(개원사)라는 글씨가 새겨진 기와가 나왔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이 동종은 전주 개원사라는 절에 걸려있던 종으로 어느 때인지 모르지만 종을 매다는 부분이 깨어지자 땅 속에 묻혔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개원사는 폐사되고 조선시대 낙수정이라는 정자가 들어섰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낙수정 동종과 비슷한 종이 일본 원청사(圓淸寺)에도 있는데 이 두 종은 크기는 물론이고 넝쿨ㆍ비천 등의 묘사까지도 비슷하여 같은 장인(匠人)이 동일한 무늬판을 써서 빚었을 것으로 봅니다. 즈믄해(천 년) 전 옛 전주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었던 이 동종은 국립전주박물관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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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 2024-04-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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