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수필]백세시대에 살면서
윤재석
세월은 자연의 질서에서 운행한다. 사람도 자연에서 왔다 자연으로 돌아간다. 세월에 따라 사시의 계절이 바뀐다. 봄은 만물이 생동하니 희망이고 설렘이다. 초목은 잎과 꽃을 피우고, 새는 힘찬 날갯짓으로 창공을 날고 물고기는 시냇물을 거슬러 역동의 힘을 자랑하고 있다. 인생도 자연의 질서에 오고 가는 것이 아니던가. 어떠한 삶이 있을 뿐이다.백세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오면서 사람의 수명이 길어졌다.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란 말이 있다. 사람이 칠십 살을 사는 이가 드물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맞지 않는 말이 되어 버렸다. 의술이 발달하고 생활환경이 개선된 점이라 하겠다. 기근에 시달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풍요가 넘쳐나 오히려 지나쳐서 살 빼기 운동을 하고 있다. 저마다 건강관리에 힘쓰는 시대가 되었다.
시간 나는 대로 인근 풍남초등학교에 가서 산책 겸 걷기 운동을 한다. 이 학교는 역사가 깊다. 1919년에 개교하여 100주년을 훌쩍 남기고 있다. 한때는 교실이 모자랐는데 지금은 학생 수가 적어서 한산한 모습이다. 이는 이 학교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꺼리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상도 못 했는데 저출산 고령화란 시대가 되었다.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큰 문제가 되었다. 화단에는 세월을 가늠할 수 있는 소나무와 상나무가 있다. 목련은 어느새 피고 졌는지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고 있다. 뒤를 이어 철쭉이 빨갛게 피어나고 있다. 나무 사이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표지석이 서 있다. 다른 쪽에는 3· 1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상이 손에 횃불을 들고 있고, 옆에는 이순신, 세종대왕 상이 자리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보고 느끼며 스스로 배우라는 뜻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학교 운동장 주변에는 나무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다. 계수나무, 배룡나무, 팽나무 등 여러 나무가 배움의 장으로 되어있다. 나무 명찰에는 나무에 관한 설명이 있다. “배룡나무는 과목이 부처꽃과로 꽃이 오래 피기 때문에 나무 백일홍이라 하고, 껍질을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해서 간지럼 나무라고도 해요.”라고 자세히 써 놓았다. 조각상이나 나무 하나에서도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자상함이 나타나 있다.
학교 운동장은 백세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운동장이 되었다.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한산한 교정에서 노인 세대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운동장 주변에는 운동기구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운동장을 걷다 의자에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사람, 맨발로 걷는 사람, 뒤로 걷는 사람 등 어떻게 하면 운동의 최대 효과를 얻을까 노력하는 모습들이다. 백세시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어서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사람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태어났다,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오면 간다는 순리에 따르는 것이다. 백세시대라 하여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건강한 생활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위 사람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 무엇보다 건강관리가 우선이고 바라는 바이다. 요즈음 유행어가 99881234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하루 이틀 앓다가 구름처럼 등선(登仙)하라 한다. 건강하게 살다 노생을 마치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윤재석 수필가는
'대한문학' 수필 등단, 은빛수필문학회 회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부회장
전북문인협회 감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상: 대한문학 작가상, 완산벌 문학상, 은빛수필 문학상, 진안 예술상
저서: 삶은 기다림인가. 진안 미술사
지면 : 2024-04-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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